살며, 느끼며...

아무데서나 피지 않는 꽃도 있다..

권연자 세실리아 2021. 3. 21. 17:28

참 별일이다.

하늘 가까운, 높은 곳을 싫어하나?

지난 해에도 그랬고

이 봄에도 역시 무소식이다.

 

봄이 오고 있다고,

제일 먼저 전해주던 애들이다.

강변 산책길에서

터질듯 부푼 꽃망울 하나라도 발견한 날이면

숨가쁘게 나의 뜰로 달려와

한 바퀴 돌아보며 찾아내곤 했었는데.....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밀고 올라오는 그 힘이라니!

 

봄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던 노란 수선화,

그리고 내가 이름 붙혀 준 '초롱꽃'....

물푸레마을로 이사 오면서

사랑스런 그 애들을 몇 뿌리씩 데려와

화분 네 개에 나누어 심어놓고 봄을 기다렸다.

 

그러나....

웬 일일까?

지난 봄에도

행여나 하던, 금년 봄에도

잎새들만 무성한 채

꽃이 나올 기척이 없다.

 

아마도 꽃을 피우기엔

겨우내 따뜻한 아파트 공기가 적당치 않은가보다.

언 땅 속에서 추위를 견디며

꽃대를 밀어올리고 마침내

꽃을 피울 힘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걸,

나는 미쳐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