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의 묵상

권연자 세실리아 2013. 1. 16. 11:31

오늘의 묵상

 

고해성사를 주다 보면 많은 사람이

형식적으로 죄를 고백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게 자꾸 반복되다 보면 문득 이런 유혹이 찾아옵니다.

 

‘어차피 형식적으로 죄를 고백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꺼번에 사죄경을 하면 안 될까?’ 아닌게 아니라,

성사를 보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그저

“주일 미사 빠졌습니다.”라고 하니, 그러한 사람들만 따로 모아

사죄경을 하면 되겠다는 상상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치유하시는 모습을 보면

제 상상이 틀린 생각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병든 이들과 마귀 들린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다.”

 

여기서 ‘데려왔다’는 표현은 신약 성경의 원어에서 미완료 동사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행위를 나타냅니다.

 

곧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왔다가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밀려오고 나가는 일이 계속 되는 것이지요.

 

이는 예수님께서 그들을 한꺼번에 고쳐 주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일일이 대해 주신 것을 암시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병자들과 마귀 들린 사람들 전체를 한꺼번에 불러 놓고서

일순간에 그들을 치유하실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의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마다

마치 이 세상 전부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신 것입니다.

 

한 사람을 여러명 가운데 하나로 보신 것이 아니라,

마치 세상에 그 사람밖에 없는 것처럼 대하시며 치유하신 것입니다.

 

사랑은 이처럼

바로 자기 앞에 있는 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재호루카신부
(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