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의 묵상

권연자 세실리아 2013. 3. 5. 12:07

오늘의 묵상

 

영화 ‘밀양’에서 어머니 ‘신애’는 아들을 유괴하여 살해한

동네 웅변 학원의 원장에 대한 증오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신앙을 가지게 되어 마음의 평안을 얻었고, 더 나아가
원수를 용서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됩니다.

 

결국 교도소로 그를 찾아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용서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유괴범이 너무나 밝고 편안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자매님도 하느님을 믿기 시작하셨군요. 잘하셨습니다.

저 역시 하느님을 믿어서 제가 지은 모든 죄를 용서 받았습니다.”

 

그의 이 말에 주인공인 신애는 교도소를 뛰쳐나 왔고

그 뒤로 하느님을 원망하며 교회를 멀리하게 됩니다.

 

자신이 용서받았다고 확신하는 유괴범의 모습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요?

유괴범은 하느님께 용서받았다고 확신하고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용서받은 데에 따른 보속을 치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곧 자신의 죄를 깊이 인식하고 부끄럽게 여기며,

더 이상 그러한 죄를 짓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새롭게 살아가는 태도를

동반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속의 중요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임금이 자기에게 만 탈렌트나 빚진 종을 가엾이 여겨

그의 부채를 모두 탕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종은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가 빚진 것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 버리고 맙니다.

 

이 종의 문제점은, 빚은 탕감받았으나 그 의미를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용서는 받았으나 그에 따른 보속을 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종은 화가 난 임금의 명에 따라 고문 형리에게 넘겨져

빚진 것을 다 갚아야만 했습니다.

 

우리가 세례성사와 고해성사를 통해 얻게 된 죄의 용서는

값싼 용서나 기계적인 용서가 아닙니다.

죄에 대한 깊은 성찰과 굳은 결심을 전제로 하는 용서인 것입니다.

 

 

 

(한재호루카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