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두 번이나 나오는 ‘곧바로’라는 낱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를 부르실 때
그들은 ‘곧바로’ 응답합니다.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실 때에도 이 둘 역시
‘곧바로’ 그물을 버립니다.
사실 다른 복음과 달리 마르코 복음에서
이 낱말을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철수는 무슨 일에서나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 족제비가 울타리 구멍 사이로 고개를 들이밀고 닭장을 노려보았습니다.
철수는 눈을 부릅뜨고 족제비를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이놈, 우리 집에 들어오기만 해 봐!”
족제비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울타리 구멍을 통과해
닭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 다.
철수는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말했습니다.
“족 제비 이놈, 닭장에 들어가기만 해 봐라.”
족제비가 거리낄게 없다는 듯이 닭장 안에 들어 가자,
철수는 몹시 화내며 말했습니다.
“저런 겁 없는 놈을 봤나? 닭을 물고 가기만 해 봐라.”
그러나 족제비는 닭을 낚아채 울타리 구멍을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족제비가 멀리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철수는 씩씩거리며 소리를 질 렀답니다.
“저런 나쁜 놈 같으니! 다시 나타나기만 하면 그냥 두지 않을 거야.”
우리는 어떻습니까? 혹시 철수처럼 ‘다음에 하자’,
‘내일 하자’, ‘여건이 되면 하자’ 하며 미루는 일이 많지 않은지요?
예수님께서는 순간순간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 부르심에 ‘곧바로’ 응답 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는 동안,
그 부르심에 담 긴 소중한 선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한재호루카신부
(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