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63

마지막 가는 길...

오전에 전화 벨이 울려서 받으니 흐느끼며 말을 이어가는 친구 목소리...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아 위를 80%나 잘라내고 힘겹게 투병 중이었는데 지난 밤, 최대의 위기의 순간들이 이어졌었던 것 같다. 너무나 무섭고도 길고 긴 밤이었다고... 한 평생 살다가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하는 길 기왕이면 고통없이 작별 인사 쿨하게 하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4살 까지 사셨던 장모님까지 평생 모시며 7살 아래인 아내를 어린 아이 대하듯, 큰소리도 내는 일 없이 잘해주던 기억밖에 없다는 틀림없는 학자인 그의 남편... 끝자락이 그 사람의 품격처럼 소리없이 고요하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친구의 아픈 마음을 속 시원하게 위로해줄 수 없어서 슬프다. 거의 한 평생, 젊은 날들을 멀리서 살고 ..

tistory.com으로 이사 온 blog..

내 블로그가 이사를 했다. 이렇게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된 이유는, Daum으로부터 9월 30일까지 tistory.com 으로 블로그를 옮기라는 독촉의 문자가 계속 뜨기에 무슨일이지? 하며 그냥 버텨보려 했다. 평생, 이사를 하고 무얼 바꾸고 하는 일을 번거로워했기에...! 그렇게 버텨오다가, 이사를 하지않으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궁금하기도해서 자세히 살펴보니 기막혀...! 9월 30일 오전까지 옮기지않으면 블로그가 삭제되어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어쨋거나 10년 이상을 시름시름 앓는 사람모양으로 버텨 온 블로그지만 아주 사라져버리다니,,, 그건 너무 섭섭하고, 슬프고,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날 듯한 일이었다. 이렇게 황망히 이사를 해놓고보니 아직은 도무지 낯설기만 해서 정처없이, 서성이는 중이다.

창문을 열고...

창문을 활짝 열고, 서쪽 산너머로 빠져버린 해를 쓸쓸한 마음으로 그리워한다. 마음이 너무 슬픈 날 지는 해의 모습을 마흔세 번이나 본 '어린 왕자' 처럼... 세상에는 왜 이리 슬픈 일 투성일까? 높직이 올라앉은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속삭이듯 싸락싸락 눈 내리는 사랑스런 소리, 개구쟁이들처럼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 비틀며 소리치던 나무들의 아우성... 이 높은 아파트에선 은밀하고 사랑스런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창문을 자주 열곤 한다.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을가해서... 저 아래 숲에서 나무들이 이리저리 몸 비비고 있을라치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미소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라..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어제가 어머니 기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글 한 줄도 쓸 수 없이 머리가 아팠다. 1994년, 6월 9일 고단했던 한 생을 마감하고 천국으로 떠나신 후 28년 째 되는 날...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모든 것이 통제되고 압박받던 시절 미국 유학은 일년에 한 두명 정도 갈 수 있는 드문 일이었다고 한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시기에 이화전문을 졸업하시고 장학금을받아 배를 타고 머나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셨다. 졸업 논문도 A를 받아 공부를 더 하고 가라는 총장님의 권유를 뒤로하고 귀국한 엄마.... 촉망받던 젊은 날의 찬란했던 시간들은, 천재라는 칭송을 받으며 동경제대 법문학부를 나오신 아버지와 결혼하신 순간부터 모든 것은 허물어졌다. 세상의 부귀영화를 혐오하고 숨어 살기를 원하는 아버지를 세상으로 끌어내..

물푸레 마을에 살며...

꼭, 작년 이맘때였지. 오월 특유의 싱그러운 기운을 받으러 산책길에 나섰다가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듯한 나무들을 발견했다. 무슨 나무일까, 궁금증에 본능적으로 사진부터 찍었다. 아!... 그 신비스런 나무가 바로 '물푸레나무'란다! '물푸레 마을'이란 이름을 가진 '詩' 같은 마을에 이사 와서 이년 넘게 살았는데, 얼마나 마음을 닫고 살았기에 이제야 너를 알아봤을까 가슴을 치며 미안해 했었다. 금년에도 높직한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니 눈을 이고 있는 듯한 나무들이 보였다. 아, 작년 그맘때구나! 서둘러 내려가서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헤매듯 걸었다. 물푸레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진 동네라니! 어쩌다가 이 마을에 살고 있다는 행복감.....^^ 동산으로 올라가보니 어느새 커다란 잎을 달고있는 떡갈나무며..

가곡 '동무 생각'에 얽힌 첫사랑 이야기

박태준 작곡의 가곡 '동무 생각'은 내가 젊은 날에 많이 애창하던 노래다.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바로 어느 합창단에 입단할 때, 지휘자가 오디션 겸 파트를 결정해 줄 때 내가 불렀던 노래가 '동무 생각'이었고 그때 지정받은 쏘프라노 파트로 평생 합창단을 전전하며 노래를 즐겼으니 잊을 수 없는 나의 애창곡인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내가 좋아하던 그 노래에 얽힌 사연을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무심코 좋아했던 노래에 그토록 아름답고 예쁜 첫사랑 이야기가 숨겨있었다니! 더욱 아련하게 가슴에서 그 노래가 울려퍼지게 되었다. 몇 년 전 대학 동기들과 대구에 간 일이 있었는데, 대구에 사는 친구가 청라언덕에 우릴 데리고 갔던 일이 떠오른다. '여기가 선교사들 집이고, 여기가 청라언덕 계단이고...' 하면서 ..

기차는 8시에 떠나네

https://youtu.be/lYG696u6nHs 계절 탓인지 몸이 아프다. 일년 중 제일 싫어하는 달 3월을 보내느라 힘이드는가, 혹시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려버렸나 의심도 해보았지만 그건 아닌것 같은데..., 왜 이렇게 몸과 마음이 쳐지고 아픔이 계속되는지... TV 어떤 예능 프로를 보다가 느닷없이 주인공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음악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재능이 뛰어난 청년 누가 보아도 성공한 연예인으로 보이는데, 아무에게도 속 마음을 털어놓지 않던 그 젊은 청년은 눈물을 보이며 인터뷰를 하고있었다. 너무 괴로워 마침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이는 현실과 달리 전혀 행복하지 않은 그 이면의 우울을 보면서 너무 공감을 하던 나머지 눈물이 쏟아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슬퍼서일까, 요즘 ..

살고 싶은 집의 입구

이 현관 그림은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애벗 풀러 그레이브스(Abbott Fuller Graves·1859~1936)가 그린 작품이다. 그는 집의 입구를 즐겨 그렸다는데,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다가 화가로 전향하면서 유럽에서 고전적 화풍과 인상주의를 배워 주로 꽃과 정원의 화가로 입지를 다진 화가라고 한다. 나즈막한 울타리의 쪽문을 들어서면 둥근 기둥이 양쪽에서 포치(porch)를 받치고 있는 이 아름다운 현관 그림을 보면서 잠시 짙은 향수에 젖는다. 오래 전에 상영된 '마음의 행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1900~1987)가 감독한 영화로 그리어 가슨(Greer Garson 1904~1996)이라는 여배우와 로날드 콜맨(Ronald Colman 1891~1958)이 주..

노래를 부르는 이상한 버릇 하나..

나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노래를 나도 모르게 갑자기 흥얼거리 듯 부르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무심코 튀어나온 노래는 며칠동안 내 입에서 맴돌고 있다가 어느날엔가 슬며시 사라지곤 한다. 어릴 때 부터 무의식 상태에서 항상 노래를 불렀던것 같다. 방에 다른 사람들이 있거나말거나 심지어 혼자 길을 가면서도.. 갑자기 정신이 나면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오죽했으면, 내가 큰 다음에 아버지께서 "너는 어릴 때부터 늘 노래를 부르고있어서 성악가가 되려나 했다" 라고 말씀하시던 기억도 있다^^. 아쉽게도 성악가는 되지못하고 말았지만. 정말 노래를 좋아해서 내가 전공한 분야보다 평생 합창단에서 끊임없이 활약을 했다. 이런 저런 합창단에서의 활약 덕분에 발성하는 법도 그런..

2018년, 1월, 26일에..

4년 전 오늘 나는 이렇게 살고 있었다고, 페북은 나를 쿡쿡 찌르며 일깨워주고 있다. 몸이 편치 않았던 요즘 나이 탓인지 머리 속은 분주하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아무 욕심도 없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기를 기도하며... 새삼 4년 전 오늘의 일을 마주하니 어찌할 수 없는 그리움들이 피어올라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인다. [2018년, 1월, 26일 이른 아침 딸네 식구를 떠나보내고 병원으로 달려와 주사실에서 예약된 마지막 주사를 맞고있으려니, 모스크바보다 더 추운 날씨탓인지 가슴이 한없이 아리고 춥다. 딸네 식구라고해야 고양이 한마리가 유일한 식구다. 혼자 사는 딸의 유일한 가족이니, 가끔 여러날 집을 비우고 멀리로 가야될 일이 생기면 냥이는 우리집에 맞겨지게 된다. 냥이도 주인이 떠나고 혼자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