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10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의 하루..

행복감으로 가슴 뿌듯했던 밤을 보냈다. 현실에서 이렇게 행복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조차 가물거린다. 아니, 기억 속에 이런 종류의 행복감을 느껴 본 기억은 아예 없는 듯 하다. 살다보니 이렇게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찾아 온 것이다. 푸욱 자고 행복한 아침이 밝았다. 정오 미사에 참례하려고 느긋하게 준비하고 시간 맞춰 성당으로 갔다. 어제 도착한 순례자들은 짐을 벗어 놓고 홀가분한 모습으로, 오늘 오전에 도착한 이들은 짐을 질머진 채로 성당으로 모여들었다. 수녀님이 미사전에 성가 연습을 시키더니.... 드디어 신부님이 입당하시고, 순례자들은 저마다 감동에 젖어있고 미사는 시작되었다. 그런데 미사가 시작되면서 신부님께서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 11시 이전으로 도착한 순례자들을 각 나라별로 불러..

산티아고 가는 길 31 / 발 밑에 지천으로 딩구는 알밤 보기를 돌 같이 알며...

2012년 11월 4일 / 31 일째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 베가 데 발까르세(Vega de Valcarce) / 18.5km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뻬레헤→뜨라바델로→라 뽀르뗄라→암바스메스따스→베가 데 발까르세) 몽땅 젖었던 옷과 신발을 보송하게 말리고 식당에 내려가 아침 식사까지 하..

산티아고 가는 길 29 / 곱게 물든 포도밭 사이로 까까벨로스 가는 길..

2012년 11월 2일 / 29 일째 리에고 데 암브로스(Riego de Ambros) → 까까벨로스(Cacabelos) / 28km (리에고 데 암브로스→몰리나세까→뽄페라다→꼴룸브리아노스→깜뽀나라야→까까벨로스) 산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마을 리에고 데 암브로스! 어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이곳에 머물게 되긴 했지만..

산티아고 가는 길 28 / 철십자가 아래 내려놓은 치명자산 돌, 그곳에서 천 년을 기도가 되거라..

2012년 11월 1일 / 28 일째 라바날 델 까미노(Rabanal del Camino) → 리에고 데 암브로스(Riego de Ambros) / 20.5km (라바날 델 까미노→폰세바돈→(끄루스 데 페로)→만하린→엘 아세보→리에고 데 암브로스) 침대가 촘촘히 붙어 있는 방이어서 사람들의 체온을 합한 온도만으로도 난방이 될 지경이었..

산티아고 가는 길 25 / 사라졌던 미각이 돌아오고.... 처음으로 예정대로 걷지 못한 날..

2012년 10월 29일 / 25 일째 레온(Leon) →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Villadangos del Paramo) / 20.5km (레온→뜨로바호 델 까미노→비르헨 델 까미노→발베르데 데 라 비르헨→산미겔 델 까미노 →비야당고스 델 빠라모) 이산 가족이 되어 하루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 모두들 식당에서 만났다. 알베르..

산티아고 가는 길 21 / 천사들의 합창 소리가 들리던 사아군의 밤..

2012년 10월 25일 / 21 일째 레디고스(Ledigos) → 사아군(Sahagun) / 17km (레디고스→떼라디요스 데 로스 뗌쁠라리오스→모라띠노스→산 니꼴라스 델 레알 까미노→사아군) 밤과 낮의 기온 차가 심해져서 아침에 출발할 때는 금방 겨울이 올 것 같은 느낌이든다. 지난 밤에 잠자리도 불편한데다가..

산티아고 가는 길 19 / 친절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의 하루 밤..

2012년 10월 23일 / 19 일째 프로미스따(Fromista →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 19.5km (프로미스따→뽀블라시온 데 깜보스→레벵가 데 깜보스→비야르멘떼로 데 깜보스→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어제 오후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가을 풍경이 우리나라와 ..

산티아고 가는 길 18 / 메세타에서 아름다운 강가를 걸으며 행복했던 날..

2012년 10월 22일 / 18 일째 까스뜨로헤리스(Castrojeriz) → 프로미스따(Fromista) / 25.5km (까스뜨로헤리스→이떼로 델 까스띠요→이떼로 데 라 베가→보아디야 델 까미노→프로미스따) 메세타의 짖궂은 일면을 생생하게 경험했던 어제 일들이 꿈만 같다. 밤 사이에, 비에 젖었던 옷과 신발, 빨래..

산티아고 가는 길 17 / 비 내리는 메세타 고원을 정처없이 걸은 날...

2012년 10월 21일 / 17 일째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Hornillos del Camino) → 까스뜨로헤리스(Cadtrojeriz) / 21km (오르니요스 델 까미노→아로요 산 볼→온따나스→까스뜨로헤리스) 밤 사이 비가 많이 내린 듯한 새벽길, 축축한 안개가 자욱하고 하늘은 먹구름이 가득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