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46

어깨를 드러낸 자화상

에곤 실레, 어깨를 드러낸 자화상, 1912년, 목판에 유채, 42×34㎝, 빈 레오폴드 미술관 소장. 큰 화제였던 아트페어 프리즈의 수퍼스타는 피카소도 김환기도 아닌 에곤 실레(Egon Schiele·1890~1918)였다. 그의 작품만 모아둔 부스 앞에는 관객이 끝도 없이 줄을 서서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세기말 유럽 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 화가 실레는 어린 모델과 동거하며 노골적 성애 장면을 그리는 등 파격적 주제를 거침없이 쏟아내 지탄을 많이 받다가 28세에 요절했다. 그 극적인 삶이 영화와 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 작품을 볼 기회는 없었던 것이다. 실레의 수많은 자화상에서는 ‘질풍노도’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흔히 사춘기를 질풍노도, 즉..

그림 2022.09.21

조반니 세간티니(Giovanni Segantini·1858~1899)

***** 1990년대, 유레일 패스를 사들고 자주 유럽을 여행하던 어느 해, 스위스의 쩨르마트에서 생 모리츠(St. Moritz)까지 빙하특급이라는 관광열차를 타고 아주 처언천히 알프스 산 사이를 누비며 8시간에 걸쳐 도착했었다. 그때만해도 생 모리츠라고 하면 어릴 때 배운 페스탈로찌의 고향이라는 정도밖에 아는게 없었다. 사흘 동안 머물며 생 모리츠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온천지대를 돌아보며 돌아다니다가 세간티니 미술관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그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는 상태에서 그림들을 돌아보면서 점점 가슴에 스며드는게 있기에 그의 대표작이라는 3부작, 이라는 그림 사진을 샀다. 그 그림들에 대한 사연도 모른채 사왔던 것인데 액자에 고히 끼워 몇 십년 지난 지금까지도 보관하고 있다. 며칠 전, 어느 신문..

그림 2022.02.21

앙리 마티스 전시회

어제, 모처럼 예술의 전당엘 갔다. 올겨울들어 제일(?) 춥다는 날.. 친구와 약속한 날이 하필이면 그렇게 춥단다^^. 그러나 추위가 무슨 상관이랴! 젊은이들 부럽지않게 아래 윗층 오르내리며 허겁지겁(!) 나의 눈은 배 부르게 먹고 또 먹었다^^. 이런델 자주 와얄텐데....! 행복한 날이었다. [앙리마티스(1869,12,31~1954,11,3) 전시회]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 소개 2021.12.21 ~ 2022.04.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3,4전시실) 전시정보 전시기간 : 2021년 12월 21일(화) ~ 2022년 04월 10일(일), 매주 월요일 휴관 전시시간 : 10시 ~ 19시(입장마감 18시) * 매표소 오픈 : 10시 * 36개월 미만 무료입장(증빙서류 미지참 시 차액지불) ..

그림 2022.01.13

삶의 매 순간 기도를 한 선지자 사무엘

조슈아 레이놀즈, 어린 사무엘, 1776년, 캔버스에 유채, 89×70cm, 몽펠리에 파브르 미술관 소장. 잠옷 바람의 어린아이가 무릎을 꿇고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이 그림을 보면 바로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오늘도 무사히.’ 버스나 택시 운전석에 흔히 매달려 있던 이 그림과 글귀는 종일 운전하는 기사님의 안전을 기원하는 가족의 마음을 담고 있었을 것이다.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1723~1792)는 18세기 영국 미술계를 이끈 최고의 초상화가이자 교육자였다. 1768년, 영국 왕립미술학교가 설립됐을 때부터 초대 원장을 맡았던 레이놀즈는 화가로서는 드물게 기사 작위를 받았고, 세상을 뜰 때까지 무려 24년간 원장직을 유지했다. 장기 집권은 물론 능력이 없었다면 ..

그림 2021.12.31

마구간 예수와 목동

코레조, 예수 탄생, 1528~1530년, 캔버스에 유채, 256.5×188cm, 드레스덴 미술관 소장. 크리스마스캐럴을 들으면 한여름에도 갑자기 흰 눈이 떠오르고, 그중에서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으면 대낮도 갑자기 깊은 밤처럼 느껴진다. 고요하고 거룩하고 어둠에 묻힌 밤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이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코레조(Correggio·1490년경~1534)의 작품이다. 입고 있던 흰 베일을 벗어, 밀짚 위에 뉘었던 아기를 살며시 안은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마치 촛불을 비춘 듯 환히 빛난다. 코레조는 그림 뒤에 조명이라도 설치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밝아오는 빛을 그려내 이후 세대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레조의 본명은 안토니오 알레그리였으나 당시의 많은 화가가 그랬..

그림 2021.12.27

루벤스의 '로마의 자비'

'겨울궁전에 피어나는 사랑과 용서' 부모·자식간의 사랑과 효심 그려 가족애 느끼기엔 보물같은 작품. 이주헌·미술평론가 로마에 페로라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아버지 시몬이 큰 벌을 받게 되었는데, 그 형벌의 내용은 감옥에 가둔 뒤 굶겨 죽이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까 궁리를 하던 페로는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매일 감옥에 찾아가 간수들이 보지 않을 때 몰래 아버지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기로 한 것이다. 마치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그렇게 페로는 아버지에게 젖을 물렸다. 그 덕택에 아버지는 굶어 죽지 않고 오히려 점차 원기를 회복해갈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로마의 역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쓴 '로마의 기념할 만한 업적과 기록들'에 나오는 내용으로, 막시무스는 로마 사람..

그림 2021.12.08

세 번 도난당했던 ‘인상주의의 교과서

알프레드 시슬레, 모레의 포플러 나무길, 1890년, 캔버스에 유채, 62×81cm, 니스 미술관 소장.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 태어난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1839~1899)는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는 ‘금수저’에 속했다. 섬유업을 하던 부유한 부모는 아들도 사업가가 되길 바라며 런던으로 유학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도리어 화가가 되어 돌아왔다. 그는 부모 덕에 젊은 시절 돈 걱정 없이 미술가로 살았다. 시슬레는 모네, 르누아르, 바지유 등과 어울리며 파리 근교의 풍경을 그 자리에서 그리는 '외광파(外光派)'의 중심인물이 됐다. '외광파'란 글자 그대로 풍경을 그리더라도 완성은 스튜디오에서 하던 당시 관행을 거슬러 야외에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햇빛과 공기의 흐름을 그대로 살..

그림 2021.12.08

‘인상주의 아버지’ 마네가 그린 개의 초상

에두아르 마네, 개의 초상, 1876년경, 캔버스에 유채, 27×21cm, 개인 소장. 곱슬곱슬한 개털을 세차게 휘날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숨을 할딱대며 멈칫한 이 개 이름은 ‘밥’이다. 혹시 그 이름을 모를세라 화가는 화면 상단에 빨간 물감으로 잘 보이게 써놨다. 밥은 빛나는 갈색 털이 풍성한 작은 견종이다. 보는 이에 따라, 그리폰이라는 사람도 있고, 테리어라는 사람도 있지만, 정작 견주에게 밥은 종과는 무관하게 세상에 단 한 마리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오죽하면 ‘인상주의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1832~ 1883)가 그린 초상화가 다 있을까. 사실 마네가 그린 개 초상은 몇 점이 더 있다. 정작 마네는 애견인이 아니라..

그림 2021.11.13

종교화의 종말을 예고한 종교화

자크-루이 다비드, 성모자께 간청하는 성 로크, 1780년, 캔버스에 유채, 260×195㎝, 마르세유 미술관 소장. 1720년 남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흑사병이 상륙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로부터 유럽에 이르는 길목이었던 만큼 마르세유에서 전염병이 시작되면 온 유럽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루벤스 그림 속 흑사병 환자의 수호성인 성(聖) 로크가 수백 년 세월을 거슬러 사람들 눈앞에 다시 나타나 병든 자들을 치유했던 것이다. 늘 흑사병의 위협에 시달리던 시(市)에서는 1780년, 이 놀라운 기적을 되새기고자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에게 제단화를 주문해 당시 격리 시설이던 나자로 예배당에 뒀다. 다비드는 루벤스의 그림을 참조해..

그림 2021.10.27

인상파 후원자이자 화가였던 카유보트

귀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비의 효과, 1875년, 캔버스에 유채, 80.3x59.1cm, 인디애나대 에스케나지 미술관 소장. 화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강둑과 빗물이 그려내는 크고 작은 동심원의 파장이 시야를 가득 채운 수면을 지나, 강 건너로 천천히 눈을 옮기면 작은 배 한 척이 기슭에 올라 있다.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 물가를 걷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우산을 들어 내다본 것 같은 이 그림 속에는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1848~1894)가 특히 좋아했던 것들, 비, 강물, 배, 그리고 예르가 있다. 예르는 파리 남동쪽 외곽의 소도시다. 카유보트는 어린 시절부터 예르의 대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여름을 보내곤 했다. 그가 파리에서 그린 도시 정경이..

그림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