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악마의 짓거리로 몰아세우는 율법 학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어둠을 통해 어둠을 쫓아낸다는 것인데,
이는 불가능합니다. 어둠을 사라지게 하려면 빛의 작용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를 비유로 말씀하시며
당신의 일이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임을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성령을 모독 하는 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한다고 선언하십니다.
여기서 성령을 모독하는 죄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하느님의 숨결인 성령의 현존을 거부하는 사람은
성령의 도움마저 거부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성령께서 하시는
모든 구원의 움직임들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용서도 성령의 작용에 따른 것인데,
그러한 사랑과 자비의 숨결을 모독하고 있다면
아무리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용서하시려고 해도
본인 스스로가 그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어둠을 쫓으려면 빛이 필요한 법인데,
스스로 빛의 작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원히 어둠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 합니다.
결국 성령을 모독한다는 것은
용서의 손길마저도 거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이를 용서 하시고,
모든 이가 용서받기를 바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힘을
단순히 믿지 않을 뿐 아니라 거부하고 모독한다면,
그는 탯줄을 잃은 아기처럼 생명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한재호루카신부
(제주교구 서귀복자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