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사진찍기 1

권연자 세실리아 2010. 7. 16. 19:49

          

        사진찍기 1

 

 

 

몇차례나 이 낙화암에 올랐던가를

 

잊어먹었다 이곳에 오면 언제나

 

잊고 살던 목숨이 새삼스럽다

 

아닌게아니라 빠져 죽고 싶도록

 

저 아래 물결이 곱다

 

 

 

역사는 음흉했어도 낙화암에는

 

떼죽음도 거짓말도 아름다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목숨 대신 돌팔매를 던져보는 사람들

 

바위 끝에서 사진찍는 목숨들

 

날더러 셔터만 눌러달라는 목숨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빨리 박아달라고 키득거리는 목숨들

 

 

 

이곳에 오면 언제나

 

돌팔매처럼 떠나버린 목숨들이

 

꽃잎처럼 짓밟히던 목숨들이

 

궁녀로 비적으로 빨갱이로 폭도로

 

학살과 암매장과 떼죽음으로

 

깎아지른 세월을 거슬러오는

 

생목숨들이 그립다

 

 

 

눌러만 주면 되는가

 

눌러만 주면 이 나라의

 

아름답던 목숨들이 찍히는가

 

꽃잎도 돌팔매도 깎아지른 세월도

 

누르기만 하면 찍히는가

 

 

 

눌러달라는 대로 일삼아서

 

셔터를 눌러주었다

 

그리운 목숨들이 함부로

 

찍힐 것만 같다

 

 

 

 

- 鄭 洋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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