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

푸른 눈의 노신부에게 길을 묻다

권연자 세실리아 2014. 5. 14. 10:59

 

 

 

 

한국호, 푸른 눈의 노신부에게 길을 묻다

 

올해로 한국 생활 38년,

그 중 34년을 경상남도 산청 지리산 자락에 있는 한센인(나환자) 복지시설 성심원에서 환우들을 돌보고 있는

스페인 출신 유의배(알로이시오) 신부에게 ‘길’을 물었다.

 

“세월호 사건은 안타깝습니다. 하느님께서 결코 원치 않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얼마나 슬퍼하시겠습니까.

참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에 희생된 이들 중 대다수가 주말마다 성심원에 자원 봉사하러 오는 또래의 학생들이기에 더 가슴 아픕니다."

...

 

“우리 대한민국은 너무 빨리 빨리 외치고 너무 급합니다.

수학여행 바닷길도 여행코스인데 왜 안개 짙은 밤에 무리하게 운행하고 또 그렇게 서둘렀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천천히 자연을 배우고 느끼며 갔어야 했어요.

저는 우리 한국 사람들이 너무 급하다고 생각해요.”

 

“겉만 멀쩡한 것이 결국 큰 탈을 부릅니다.

왜 남의 나라가 15년 쓰고 버린 배를 우리가 굳이 사들여

이리저리 마구 고쳐 결국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가 아프리카인가요.”

 

“한국의 눈부신 발전은 기적입니다. 많은 국가나 국민들이 부러워할 정도 지만 아쉬움도 큽니다.

한국, 특히 서울은 낯선 외국 같습니다. 한국적인 것을 버린다고나 할까요.

발전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지만 너무 서울 중심입니다. 시골이나 지방도시와 서울 간의 격차가 심합니다.

사람들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거의 모두 스마트폰만 쳐다봅니다. 빨리 빨리 뭔가 서둘러요.”

 

“이렇게 어려울 때 일수록 국민 모두가 사랑을 믿고 사랑을 더 주고 좋은 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혼자가 아닌 가족이 있다는 사실,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아 인간으로 태어났고 성장했다는 사실을 가슴 속 깊이 깨닫고 느껴야 합니다.

더불어 존재한다는 자체가 큰 축복이고 아름다운 선물이기에

누구나 내가 왜 존재하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알기 바랍니다.”

 

“한센병은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우리 사회엔 여전히 편견이 심각합 니다.

식당이나 행사장 등에서 차별을 당합니다.

우리 사회가 스스로 이런 문화를 없애야 실질적인 선진국이 됩니다. 그러길 꼭 바랍니다.”

 

 

 

- 헤럴드경제 (2014.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