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

[스크랩] 어느 '불량 엄마'의 고백

권연자 세실리아 2014. 5. 29. 11:19

 

아이 잘 키운다고 소문난 배우 채시라가 그제 점심 먹는 자리에서

'수포대포, 영포직포, 독포인포'를 아느냐 물었다. 웬 해괴한 고사성어인가 했더니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해야 하고, 영어를 포기하면 직장을 포기해야 하며,

독서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란다.

책벌레인 그녀는 "역시 독서가 중요하죠?" 했으나

수학 못하는 자식 둔 소심한 엄마는 대학 못 갈까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스웨덴 연수 시절 스톡홀름 시립초등학교 3학년에 다닌 아들 녀석은

중국에서 온 아이와 수학 1~2등을 다퉜다.

임이 "한국 3학년 애들은 요즘 뭘 배우냐"고 물어 왔다.

세 자릿수 나눗셈을 한다고 했더니 "오 마이 갓" 하며 혀를 내둘렀다.

거기선 두 자릿수 덧셈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만물상 일러스트

스웨덴 교사들은 수업 끝나는 종만 울리면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내몰았다.

그러고는 모든 교실 문을 잠그느라 목에 주렁주렁 열쇠를 걸고 다녔다.

잘 놀아야 두뇌도 발달한다고 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곧 뛰어놀아서인지

스웨덴 10대들에게선 비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군살이 불었다. 수학 스트레스가 안긴 살이었다.

선행 학습을 무시한 대가였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수학을 못 푼다고 학원도 받아주질 않았다.

'미친 교육'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스칸디 맘' '프렌치 맘'이 한국에서 각광받은 건 최근 1~2년 새다.

스파르타식 '타이거 맘'에 열광하며 사교육 시장을 달궜던 극성 엄마들이

감성 교육, 자연주의 교육으로 전향하기 시작했다.

영어학원 대신 숲 학교를 보내는 엄마와 대학 대신 직업학교를 택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

세월호 참사 후 '변심'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바라지 않아야 바라는 대로 큰다'

'엄마의 빈틈이 아이를 키운다'며 '불량맘이 돼라'고 부추기는 육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월호 충격이 준 반짝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한국 엄마들, 영리하다.

일류대 졸업장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 세상엔 고분고분한 모범생보다 매사를 달리 보는 '삐딱이'가 제 앞가림하고 살 확률이 크다는 걸 목격했다.

뼛국물까지 쥐어짜 가르친 자식이 부모 노후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뼈저리게 느꼈다.

불량맘들은 사교육 시장까지 흔들고 있다. 문 닫는 학원이 속출한다.

입시 위주 교육 시스템도 바꿔놓을 태세다. '원조 불량맘'은 그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뿐이다.

 

 

출처 : chosun.com 만물상

글쓴이 : 김윤덕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