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꿈, 세월호와 함께 심연 속으로
안산 선부동성가정본당 박성호(안산 단원고 2년)군
"신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18일에 일찍 도착하면 성 금요일 예식 때 복사 꼭 설게요."
안산 단원고 2학년인 고 박성호(임마누엘, 18, 안산 선부동성가정본당)군은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세월호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박군은 세월호 침몰 8일 만인 4월 23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군의 장래희망은 사제였다.
박군은 어릴 적 자동차에 치이고도 다치지 않았던 경험을 하느님의 기적이자 부르심이라고 여겼다.
이것을 계기로 사제성소를 키워온 박군은 '성호'(聖灝)라는 이름처럼 하느님의 뜻을 펼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복사와 예비신학생으로 활동하며 꿈을 키워 나갔다.
본당 활동이라면 가족 모임을 미루더라도 참여했던 박군은
성가대와 전례부, 율동부,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선부동본당 신자들은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박군을 보고 '평화로운 아이'라고 불렀다.
본당 주임 인진교 신부 또한 이런 박군을 매우 아꼈다.
인 신부는 박군의 장례미사를 봉헌하며 수의 위에 복사옷을 입고 잠든 박군 손에 자신의 묵주를 쥐여줬다.
박군의 십년지기 친구인 신기윤(요한사도, 18)군이 편지를 낭독했다.
함께 사제의 꿈을 키워온 단짝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에 많은 사람은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 정씨는 "이제는 주님 곁으로 간 성호의 부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정말로 가족들을 괴롭게 만든 것은 아이의 죽음이 아니라
구조 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의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누나 박씨도 "이 사고는 대참사가 아니라 대학살이다. 순수한 하느님의 어린양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돈에 미친 사회를 그리스도의 빛으로 되돌리게 하는 것이 남은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 백슬기 기자 (평화신문)
본당 신부님과 복사단이 같이 찍은 사진인데 맨 뒷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박성호(임마누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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