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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거울 속에 계신 우리 어머니

권연자 세실리아 2014. 6. 2. 17:19

중년이 되면서 종종 거울 앞에서 멈칫한다. 어머니가 거울 속에 서 계셔서다.

분명 내가 틀림없는데 고개를 돌릴 때의 옆선이며 스쳐보이는 뒤태가 영락없는 어머니다.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

"열 명이 그렇다고 우겨도 네가 옳지 않다고 확신하면 따르지 말아라.

인생은 따라가는 길이 아니다. 자기 생각과 의지대로 헤쳐가는 길이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에게 당부하다 깨닫는다. 어머니께 들었던 바로 그 말씀을 지금 내가 하고 있음을.

초등학생 때 나는 매일 꿈이 달랐다.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 들었던 전래동화며 위인전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용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장수도 멋있고 현명한 왕이 되어 백성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도 싶었다.

에디슨 같은 과학자가 될까, 피카소 같은 화가가 될까 고민도 했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뜻을 세우고 노력하면 세상에 못 이룰 것은 없다"며 큰 꿈을 가지라셨다.

어려운 살림 탓에 사줄 수는 없어도 친척집에서 부지런히 책을 빌려다 주셨다.

어머니가 꾸며 주신 다락방 아지트에서

안데르센 동화부터 한국 위인 100선, SF 소설 전집을 두세 번씩 읽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칭찬이 듣고 싶어

가끔씩 어설픈 소설을 써서 목청 높여 어머니께 읽어드리기도 했다.

시험을 못 보거나 뜻하지 않은 사고를 쳐도 어머니는 담담하셨다.

후회보다 중요한 게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것이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성인이 된 내게 어머니는 가장 든든한 동지셨다.

손자를 기꺼이 받아 안고는 당신을 딛고 성별(性別)의 벽을 멋지게 뛰어넘으라셨다.

어머니의 큰 사랑 위에 그렇게 나의 경력이 지어졌다.

그런 어머니께서 지난주 영면에 드셨다.

꼬박 3년의 외로운 투병 생활 동안 아무것도 도와드릴 수 없었던 안타까움에 가슴이 사무친다.

슬픔이 온몸에 스미면 당신을 가슴에 묻고 정신을 차리라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오늘이 생의 끝 날인 것처럼 치열하게 살자, 어머니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출처 : chosun. com

글쓴이 : 하민회 이미지21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