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예비司祭의 타종교 탐방]
봉은사·원불교·대한성공회… 올해로 8회째 각 종교 현장 방문
"사제 되기 전 열린 視角 가지게 해"
"정화된 심신으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데 (이성이 섞이면) 마음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죠."
"무슬림은 할랄(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뜻)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금지된 것보다는 허용된 것이 훨씬 많습니다. 예를 들어 마실 것 중에는 술만 못 마십니다."
답하기가 무섭게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무슬림이 되려면 아랍어를 꼭 배워야 하나요?"
"최근 이라크 사태를 보면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분쟁이 있는 것 같은데 국내에선 어떤가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서울 중앙성원.
이주화 이맘(예배인도자)에게 질문을 쏟아낸 사람들은 대부분 올 연말 사제(司祭)서품을 앞둔 가톨릭 부제(副祭)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마련한 '가톨릭 부제들의 이웃 종교 알기' 프로그램 참가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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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서울 이슬람중앙성원을 방문한 천주교 부제(副祭)들이 이주화 이맘으로부터 이슬람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예배실을 나서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박인곤 보제(補祭·천주교의 부제에 해당)에게도 이어졌다.
"정교회 성직자는 결혼할 수 있다고 아는데요?" "정교회에도 성인품에 올리는 시성(諡聖) 제도가 있나요?"….
박 보제 역시 "정교회 성당에는 성화(聖畵)가 많지만 다 정해진 제작 기법이 있기 때문에
한복(韓服) 입은 예수님은 그릴 수 없다"며
정교회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꼼꼼히 답변하다 보니 정해진 1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올해로 8회째인 이 프로그램은 다종교 사회에서 각 종교 현장을 방문해
교리(敎理)와 의례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올해의 경우, 전국 7개 신학대에 재학 중인 15개 교구와 11개 수도회 소속 부제 134명이 참가해
높은 참가율을 보였다.
예비 신부(神父)들은 18~19일 봉은사, 원불교 서울교당, 정동제일교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등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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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후 서울 봉은사를 찾은 천주교 부제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제공
반응은 진지했다. 인천교구 김훈겸 부제는
"책으로만 배웠던 다른 종교를 직접 눈으로 보고 성직자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서로 대화할 부분이 많고,
대화 자체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전교구 송명석 부제는 "다른 종교들에서는 진리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또 이슬람과 관련한 갈등·테러 등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며 "
사제가 되기 전에 열린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부제(副祭)
천주교에서 사제품(司祭品)을 받기 전 단계의 예비 사제.
가톨릭대 신학부 4년을 마치고 대학원 3학년에 올라가면서 부제품을 받고 대부분 1년 후 사제품을 받게 된다.
출처 : 조선닷컴
글쓴이 :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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