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권연자 세실리아 2014. 10. 24. 13:35

 

 

 

2014년10월24일 연중 제 29주간 금요일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루카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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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또 한 분의 장례미사를 봉헌해야 합니다.
얼마 전, 교황님의 방한에 맞추어 한국으로 성지순례도 함께 갔던 75세의 자매님이십니다.
아침에 일어나시지를 않아 이상해서 남편이 확인하니 돌아가셨다 합니다.
류머티즘으로 고생을 하고는 계셨지만, 지난 주일에도 미사 후,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던 터라서

저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곧 마음을 추스르며 답을 얻어냅니다.
망자가 남긴 기억들을 떠올려봅니다.
참 좋은 기억들뿐입니다.

사제로 살다 보니, 좋은 죽음도, 그렇지 않아 보이는 죽음도 만나게 됩니다.
좋은 죽음과 그렇지 않은 죽음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우리가 맺었던 수많은 관계들 안에 남겨진 우리에 대한 기억일 것입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겨질 수 있는 삶들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미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애도의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 다가올 지 모를, 하지만 확실한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기억들을 사람들에게 남기면서 살고 있을까요?
결국 잘 죽기 위해서 잘 살라는 명백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떠올려봅니다.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삶과 죽음.
이보다 확실하게 집고 넘어가야 할 올바른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다시 한 번 기운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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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0대 중반 때 나온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꽤 많으시리라 봅니다.
그 당시, 멜로디가 좋다는 정도였지, 가사 내용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젊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그 가사 말이 정답게 들려옵니다.
자주 흥얼거리는 애창곡이 되고 말았습니다.
함께 흥얼거려볼까요?

인생은 미완성.
쓰다가 마는 편지.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가야 해.

사랑은 미완성.
부르다 멎는 노래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불러야 해.

사람아, 사람아, 우린 모두 타향인 걸.
외로운 사람끼리 사슴처럼 기대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그리다 마는 그림.
그래도 우리는 아름답게 그려야 해.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 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