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살며, 느끼며...

권연자 세실리아 2020. 12. 16. 15:04

오랫만에, 참으로 오랫만에 이곳에 들어왔다.

몇 해 전,

이탈리아 일주 여행 사진들을 올리다가

끝을 보지 못한 채 이 방을 떠나 방황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였을가,

자세한 이유를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그저 막막했다.

삶이 권태로웠을까?

 

그 무덥던 여름이 끝나갈 즈음,

정말 꿈에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우리는 저지르고 말았다.

어떻게 그토록 사랑하던 그 집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곳에서 우리 생의 남은 날들을 보내는데

눈꼽만큼의 이견이 없었던 나날들이었는데...

그런데, 어쩌다가.....?

 

갑자기, 정말 어느날 갑자기였다.

무섭게 내리쬐는 뙤약볓 아래서 땀에 흠뻑 젖어

잔디를 깍고 있는 남편을 보다가였다.

적지도 않은 나이에,,,  이 무슨....!

우리의 소중한 남은 나이의 여름마다

남편이 겪어야 할 저 수고가 너무 미안했다.

나는 도저히 대신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였기에,

남편의 수고를 덜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모든 일은 마치 계획이나 하고 있던 일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어버렸다. 

그 해 늦가을,

우리는 여기 경기도 용인,

물푸레마을에 있는 아파트 14층으로 이사했다.

어느새 만 2년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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