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권연자 세실리아 2021. 3. 1. 12:12

어느 날 아침 일어나

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어느 아침 일어나

나는 침략자들을 발견했지.

오 파르티잔이여, 나를 데려가 주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파르티잔이여, 나를 데려가 주오.

나는 죽음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어.

내가 파르티잔으로 죽으면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내가 파르티잔으로 죽으면

그대 나를 묻어주오.

나를 저 산에 묻어주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나를 산에 묻어주오.

 

아름다운 꽃그늘 아래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가며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가며

“아름다운 꽃”이라고 말하겠지.

파르티잔의 꽃이라고,

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 사랑 bella ciao…

자유를 위해 죽은

파르티잔의 꽃이라고.

 

 

*

이탈리아에 코로나 봉쇄령이 내려진 작년 3월, 동영상으로 벨라 차오를 처음 들었다.

하루에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비상시국에 집집마다 발코니에 나와 손뼉 치며 따라 부르던 노래.

독일인들도 이탈리아 힘내라며 ‘차오’를 외쳤다.

‘벨라 차오’는 19세기 말 이탈리아 농부들의 노동요인데

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 빨치산들이 가사를 바꿔 부르며 저항 가요가 되었다.

작사자와 작곡자를 모르나 비장한 곡,

애절한 가사가 세계인을 사로잡아 압제에 항거하며

자유를 염원하는 이들의 애창곡이 되었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에 삽입된 벨라 차오,

2016년 집권 사회당의 정책에 실망해

공화국 광장을 점거한 파리 시민들의 거리공연(Nuit Debout: 티셔츠 차림의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멋지다),

팔레르모의 시위 현장을 달구는 벨라 차오.

“파르티자노”를 들으며 눈물이 맺힌다.

자유를 위한 싸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묻어줄 사람이 있을까?

 

 

[최영미의 어떤 시] 

최영미 시인 (이미출판 대표)

-조선일보 오피니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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