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달 빛

권연자 세실리아 2021. 2. 11. 12:27

있어야 할 것들은

없고

없어도 내버려도 되는

끼리끼리

겨울밤이 깊다

칼을 갈던

바람도 자고

소용도 없이 혼자 남아서

보고 싶어서 미쳐서 우는

천벌처럼 막막한 달빛

몽당빗자루에

쓰러지는 달빛

고무신짝에 고이는 달빛

주저앉은 항아리에

달빛이 샌다

겨울밤 끝까지 쏘다니는

쥐새끼들이

천벌처럼 그 달빛을

뒤져쌓는다

 

시집 '빈집의 꿈' / 정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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