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에게 눈물을 주었고,
세 번째 사랑에게는 그 오랜 세월
침묵을 주었지.
내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지,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런데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1884~1933)

미국의 여성 시인 사라 티즈데일은 서정적인 연애시를 많이 남겼다.
사랑에게 무엇을 준다는 문구의 반복, ‘눈물’ ‘노래’ ‘침묵’ 같은 단어들은
그녀의 다른 시 ‘아말휘의 밤 노래’를 연상시킨다.
“나는 그에게 울음을 주고 / 노래도 줄 수 있으련만-/
어떻게 내 온 생애가 담긴 침묵을 주리오?”로 끝나는
‘아말휘의 밤 노래’를 줄줄 외다시피 좋아했었다.
첫사랑이 (이 시에서처럼) 웃음과 노래로 시작하는 인생은 축복받은 거 아닌가.
시에서는 마지막 세 번째 사랑에 방점이 찍혀있다.
웃음과 눈물 뒤에 오는 침묵.
내가 그에게 오래된 침묵을 주었더니 그는 내게 영혼을 주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육체는) 살아 있었지만, 내 영혼을 내게 돌려준 이는 그이야.
그러니 소중하지 않겠는가.
이처럼 달콤한 사랑의 찬가를 쓴 그녀가 남편과 헤어진 뒤,
50세에 수면제를 먹고 죽었다니. 어떤 사랑은 선물이 아니라 저주이다.
[최영미의 어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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