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

"처음 가야금 듣고 놀라 쓰러질 뻔했죠"

권연자 세실리아 2011. 5. 26. 11:35

 

독일의 '한국 민속음악 전도사' 엔트레스
베를린 신문·방송 통해 소개, 심청가·수궁가 등 번역 출간
"판소리, 웃음·철학 담긴 예술"

"한국 민속음악은 전위적인 서양음악을 듣는 것 같은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요. 거칠지만 울림이 느껴지는 소리, 한 음이 주는 여러 가지

효과 등이 전위음악의 전형적 특징과 비슷합니다. 특히 각각의 '사운드'가

가진 전율은 전위 음악을 능가해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음악평론가 마티아스 엔트레스(54)는 '한국 민속음악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는 베를린의 주요 신문·방송을 통해 한국 음악을 소개해오고 있다.

엔트레스씨는 “다음 목표는 판소리를 유명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이라며 “베를린 국립오페라단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2004년에는 판소리 '수궁가' '심청가' '춘향가'를 독일어로 번역해 출간했고, 요즘은 '흥부가'

'적벽가'를 옮기고 있다. 국립국악원이 지난 9일부터 22일까지 예정으로 베를린 등 독일 4개

도시에서 열고 있는 순회공연 '감정의 폭발'의 코디네이터도 그가 맡았다.

17일 국립국악원 공연이 열린 베를린 달렘박물관에 나타난 엔트레스는 무대 조명부터 연주자가

앉을 방석까지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관객에게 한국 민속음악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들을 기회를 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전곡(全曲) 연주'다. 한국에서 국악 공연은 대부분

'하이라이트'만 선별한다. 본바닥 무대에서도 10분 정도만 연주하는 시나위를 여기서는 30분간

연주한다. 대금 산조도 10분 이상이다. 그는 "독일에서는 오케스트라 연주 때 모든 악장을 이어서

연주하는데, 그래야 감동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엔트레스는 원래 서양 현대음악에 뜻을 두었던 음악평론가였다. 그러나 1985년 베를린에서 열린

'뮤직 페스티벌'에 초청된 황병기(75)의 가야금 연주를 듣고 진로를 수정했다. "줄 튕기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그대로 쓰러질 뻔했습니다. 느리게 연주되는 곡에서 전혀 새로운 철학을 느꼈어요."

그의 필생의 작업이 된 판소리 번역은 2000년 초 한국에 와서 판소리 무대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오페라 같았어요. 무슨 내용인지 알고

싶어서 번역을 시작했죠. 알고 보니 웃음과 철학이 담긴 예술이더군요."

엔트레스는 2004년 베를린에서 '한국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판소리 '심청가'를 무대에 올렸다.

무대 옆엔 그가 번역한 대사가 자막으로 흘렀다.

 

 

원문 : 베를린 이혜윤 특파원

출처 : 조선닷컴 와플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