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내 자전거 퇴근길 돌맹이 길
김제 만경 들판 끝에
노을이 모여 있네
서햇가 사람들도 분명히 쳐다볼 노을이
뜨겁게 끓으며, 그 사상이 세상에 넘칠 듯
왼쪽 오른쪽도 없이 온통
노을은 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네
나에게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나는 20년 후의 조국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어찌 이 더러운 입을 열 수가 있나
추억을 물으면 철새 같은 이사
출생지는 낙동강
그 몇 해 남한강, 금호강 물밑에 길들여지는가 했더니
오늘은 전라도라 만경강가에서
갈가리 찢어져 저녁밥 먹으로 가는
죄 많은 교사가 되어
남편이 되어
노을이여
나도 한때는 생각했었네
안도현 詩人 (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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