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이면
내 가슴속에서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가 울린다.
이십여 년 전,
북부 독일의 '하노버'라는 도시에 살았던 적이 있었다.
구시가지에 있는
라이프니츠(독일의 수학자, 철학자, 법학자) 하우스라는
고풍스런 건물 2층이 내가 살고있던 집이었다.
뒷 편에 작은 강물이 흐르고
건물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성당과 개신교 교회가 둘러있었다.
집 앞 쪽의 예쁜 골목 길을 걸어나가면 자그마한 광장이 있어서
크리스마스 한 달 전 부터
밤 낮으로 상설 장이 열리곤 했다.
그 광장엔 성탄 기분으로 들뜬 사람들의 물결이 넘실거리던 곳이었다.
성탄 분위기로 흥겨웠던 그 광장에서 사람들 틈에 끼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떠돌던 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잊지 못하는 건
성당과 교회에서 협주하 듯 울려대던 종소리다.
오늘처럼 회색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이면
더욱 청량하고 우렁차게
구시가지를 뒤덮으며 울리던
하노버의 종소리!
머언 나라에서 온 이방인인 나에게는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것만 같던
잊을 수 없는 그리운 그 종소리!
하노버를 떠날 때,
나는 모든 잊을 수 없는 일들 그곳에 남겨두고
아름다운 종소리만 가슴에 간직하고 떠나고싶었다.
그래서일까...
회색 구름이 하늘에 드리운 날이면
내 가슴 속에선 시도 때도 없이
맑고 청량한 종소리가 울린다.
(사진은 슬로베니아의 시골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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