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세상

어느 날 시각장애 노인 거지에게 일어난 일

권연자 세실리아 2021. 7. 12. 10:48

‘말의 힘(The Power of Words)’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동영상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win the sympathy) 있다.

동영상은 홀로 길거리에 앉아(sit alone on a street) 잔돈을 구걸하는(beg for spare change)

나이 많은 시각장애 거지(old blind beggar)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노인은 동냥 깡통 옆에 골판지 하나를 세워놓았다.

거기에는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I’m blind). 제발 도와주세요(Please help)”라고 적혀 있다.

많은 사람이 그 앞을 오가지만, 대부분 힐끔 쳐다보고는(give a sideways glance at it)

그냥 지나쳐버린다(walk past him).

어쩌다 간혹 한두 사람이 그가 있는 쪽을 향해 동전을 던지고(throw the change in his direction) 갈 뿐이다.

 

                                                              일러스트=김도원

 

그나마 깡통에 넣어주지도 않는다.

사회 서열 맨 밑바닥에 있는(be at the very bottom of the pecking order) 그가 혹시라도 말이라도 걸까 싶어

동전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부리나케 도망가버린다(make off in all haste).

시각장애 노인은 던진 동전을 찾느라 애를 쓰다가(try to find the change) 겨우 찾아내서는

깡통에 집어넣는다(locate the coin and put it in the tin).

 

그런데 어느 날 한 젊은 여성이 지나가다가(walk by) 되돌아오더니(turn back)

골판지에 쓰인 내용을 유심히 들여다본다(have an eyeful of it).

그러더니 그의 허락을 청하지도 않고(without asking his permission) 골판지를 집어 들고

그 뒤에 뭔가를 써서(write on the back of the cardboard) 돌려 세워놓고는

제 갈 길을 간다(go on her way).

 

그때부터 정말 이상한 일(something truly odd)이 벌어진다.

예전엔 그냥 지나치던 사람들이 모두 돈을 보태주고 간다. 깡통이 차고 넘친다.

동전이 아니라 지폐를 놓고 가는 이도 많다.  게다가 그를 향해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허리를 숙여 건네주고(bend down to give it to him instead of chucking it at him) 간다.

 

며칠 후 그 여성이 다시 들른다(come by again).

지난번 그녀가 앞에 섰을 때 구두를 만져봤던(touch her shoes) 노인은

이번에 자기 앞에 선 사람의 구두를 만져보고는 그녀라는 걸 알아챈다.

그녀에게 묻는다. “그때 내 골판지에 뭐라고 써놓고 갔나요?”

 

그 여성이 거지 노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stroke him on the shoulder) 대답한다.

“같은 말을 썼어요(write the same).

다만 다른 단어로 표현을 바꿔봤어요(refine the expression with different words).”

 

그녀가 노인에게 인사하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나는(stride off) 뒤로 동영상에 비친 골판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오늘 참 아름다운 날입니다(It’s a beautiful day). 그런데 저는 그걸 볼 수가 없네요(I can’t see it).”

 

위의 글을 메신저로 소개해주신 분이 말미에 이런 말을 덧붙여 보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되고, ‘내 힘들다’를 거꾸로 하면 ‘다들 힘내’가 된다.”

 

 

 

[윤희영의 News English] : 조선일보 오피니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