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 저런 글

그리운 사람 되기

권연자 세실리아 2021. 8. 27. 10:31

  *저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어느 굽이진 길목에서 한 평생 그리운 이를 만날 수 있었으면...*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어쩌면 이렇게 나의 생각과 똑같은 글을 다른 누군가가 썼을까!

너무 신기해서 내가 쓴 글로 착각까지하며 여기 올린다^^.**

 

 

 

연초에 늘 휴대폰 연락처를 정리한다.

지나간 누군가는 삭제되고 새로운 누군가는 등재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러할 것이다.

일로 연결된 사람은 지워 버리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삭제의 기준은 3년간 한 번도 통화하지 않은 사람이다. 대개 일이 끝나면 자연스레 관계도 사라진다.

사람 사이의 인연에도 생로병사가 존재한다.

물론 오랜 기간 연락하지 않았지만 번호가 저장된 사람들도 있다.

그들과의 관계는 떠남과 만남이 중요하지 않은 관계이다. 그냥 그리운 사람들,

그저 돕고 싶은 사람, 전화가 오면 늘 반가울 사람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그리움의 크기만큼 살아남는다.

 

초년병 시절에는 경력이 쌓이면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정말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을 자유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자유가 생기는 정도이다.

하지만 일과 직업의 세계에서 거절할 자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그것은 꽤 오랜 인내와 성실의 시간을 요구한다.

 

돌이켜보니 일로 만났지만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일의 인연은 끝났지만, 여전히 중요한 결정을 하거나 힘들 때 의견을 듣는 친구들 말이다.

예전에는 어릴 때 친구들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달라졌다.

간만의 동창회 만남이 반갑다가도 어떻게 우리가 친해졌을까 싶을 만큼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이 달라진 친구도 있다.

개인적으로 20대를 지나고 30대가 넘어서 만난 친구들과 더 잘 지내는 편이다.

내 경우, 어른의 시간을 거치며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좀 더 명확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7월,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

벌써 반이 지나갔다고 푸념하기보다, 아직 반이나 남았다고 스스로에게 되뇌며

먼 곳의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중요한 건 상대에게 그리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곁에 있으면 좋지만, 곁에 있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

그저 그의 빈자리가 조금은 그리운 사람 말이다.

 

 

 

[백영옥의 말과 글] : chosun.com

백영옥 소설가

'이런 글, 저런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  (0) 2022.01.13
새해 결심  (0) 2022.01.07
얼굴 풍경  (0) 2021.08.24
소문의 은빛 여우… 홀린 듯 -27도 섬으로 갔다  (0) 2021.08.05
세상이 그댈 힘들게 하여도..  (0) 202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