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아름다운 전동성당과 보두네 신부 이야기

권연자 세실리아 2021. 9. 9. 14:59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전주 전동 성당.

          서울의 명동 성당(고딕양식)과 대조를 이루며, 부드러운 곡선의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보여주는 성당이다.

 

 

전주의 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건축된 전동 성당에 가면

순례자나 여행자나 그 아름다운 성당을 사진에 담기에 바쁘다.

그러나 그 성당이 그 자리에 있게 된 역사에 관해서 아는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아름다운 성당 건물이 있는 한 켠에서 

전동 성당을 지은 프랑스인 보두네 신부를 찾아보고,

우리나라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와 권상연 야고보를

정원 한 켠에서 찾아보심이 한층 의미가 있을 듯 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전동 성당을 지은 보두네 신부는 프랑스 남부 풍요로운  땅에서 나고 자란 뒤

선교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이역만리 우리나라에 왔다.

당시의 우리나라의 사정은 누구나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지금에야 케이 팝으로 각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으니

코리아를 모른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고 게다가

세계에서 첫 째 가는 인터넷 강국으로

세계 10위를 안팎으로 넘나드는 경제 대국으로 이름을 떨치고있지만,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당시, 금방 출시된 삼성 핸폰 갤럭시S3를 

소지하고 있다가 여러 사람의 관심과 호의를 느끼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실감했었지...)

보두네 신부가 이 땅에 도착했을 당시 우리의 사정이야

지구촌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미개국에 불과하지 않았는가.

 

나는 가끔 6.25 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싸우다가 전사한

새파랗게 어린 군인들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한다.

세상에 태어나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생전에 알지도 못하던 조그맣고 미개한 나라에 와서 싸우다가

어느 이름모를 산골짜기,

또는 사나운 바람 휘몰아치는 황량한 들판에서

부모 형제도 모르게 죽어간 그들의 한 생이

너무 허망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보두네 신부의 편지글에 대승마을 조그마한 한켠 방에서 여름 더위와 모기,

겨울추위와 벼룩 등에 시달린 심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성당을 지은 뒤 불과 얼마 안되어서 미사 중에 세 번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소식을 듣고 대구에서 단걸음에 달려온 드망즈 주교는 주검의 발을 보며,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프랑스를 떠나올 때 가족들과 친구들이

영영 떠나는 그의 발에 입맞추며 축복할 때는 곱디고왔던 발이

심산궁곡을 다니느라 엉망진창이 된 모습을 보며,

사람 눈에는 엉망이더라도 하느님 눈에는 아름답지 않을 수 없다는 뜻에서 토로한

마음의 표현이리라. 

 

 

*전동성당을 지은 프랑스인 보두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