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마구간 예수와 목동

권연자 세실리아 2021. 12. 27. 12:40

 

       코레조, 예수 탄생, 1528~1530년, 캔버스에 유채, 256.5×188cm, 드레스덴 미술관 소장.

 

 

 

크리스마스캐럴을 들으면 한여름에도 갑자기 흰 눈이 떠오르고,

그중에서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들으면 대낮도 갑자기 깊은 밤처럼 느껴진다.

고요하고 거룩하고 어둠에 묻힌 밤을 그대로 옮긴 것 같은 이 그림은

이탈리아 화가 코레조(Correggio·1490년경~1534)의 작품이다.

입고 있던 흰 베일을 벗어, 밀짚 위에 뉘었던 아기를 살며시 안은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마치 촛불을 비춘 듯 환히 빛난다.

코레조는 그림 뒤에 조명이라도 설치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밝아오는 빛을 그려내 이후 세대의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코레조의 본명은 안토니오 알레그리였으나 당시의 많은 화가가 그랬듯이

출생지인 이탈리아 북부 레지오 에밀리아의 한 지명을 따서 코레조라고 불린다.

그는 1522년 레지오 에밀리아의 유서 깊은 산 프로스페로 교회 내부에 있던

프라토네로 가문의 개인 예배당을 위해 이 그림을 주문받아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한 뒤 1530년 예배당에 안치했다.

1640년 코레조의 영주가 된 모데나의 공작 프란체스코 데스테 1세는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아 가며 이 그림을 자신의 개인 예배당으로 옮겼다.

 

흔히 예수의 탄생은 동방 박사들이 먼저 예견하고

별을 따라 베들레헴으로 찾아와 경배를 드렸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제일 먼저 천사로부터 부름을 받고 갓 태어난 예수와 성가족 앞에 나타난 건 목동들이었다.

허물어져 가는 마구간에서 소박한 이웃에게 둘러싸여 태어난 아기에게서

이토록 부드러운 황금빛이 햇살처럼 퍼져 나가면,

아직 깊은 어둠이 깔린 저 머나먼 산속까지 눈이 부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