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도미니꼬회 봉쇄 수녀원

권연자 세실리아 2010. 8. 28. 19:24

       성지를 찾아 나서는 날 꼭 비가 내려야만 된다는 듯, 오늘도 비가 오락가락 하니 약간 심난하다.

       그냥 비를 맞으며 성지를 둘러보기만 한다면 별 걱정없이 오히려 운치를 더해주는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조그만 부분이라도 놓지지 않고 사진을 찍어 오겠다는 생각이고 보면,

       비 맞으며 사진 찍을 일이 조금 걱정이 된다.

 

       어쨋거나 길을 떠났으니 할 수 없는 일.

       오늘은 제천 근방에 있는 '배론' 성지로 가는 길이다. 구불구불 골짜기로 한참을 드러가던 중,

       뜻밖에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듯 '도미니꼬회 봉쇄 수녀원'이라는 안내판을 발견했다.

       배론 성지와는 갈라지는 길. 왼 쪽 산 속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다.

       무조건 가보자!

       혹시 일반인이 들어가서는 안되는 길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가고보자는 심정으로 끝까지 갔다.

  

               

 

                         이 다리를 건너 왜인지 가슴 설레며 가는 길...

                

 

           첫 번째 문이 나타나고, 관계없는 사람은 들어오지 말라는 주의 팻말이었던 것 같다.

               

 

        드디어 나타난 봉쇄 수녀원 정문.

        봉쇄 수녀원이라면, 이 수녀원의 수녀님들은 한 번 입회하면 평생 밖으로 나오지 않고

        수녀원 안에서만 기도하며 생활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세상을 떠난다해도 이 수녀원 안에

        잠들지도 모르니, 속세에는 영원히 나올 일이 없겠지...

        하루하루 속세에서 변화무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잠시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들어가 봐야지... 

 

      도미니꼬회를 창설하신 '성 도미니꼬(Dominicus 1170~1221)'.

      성 도미니꼬는 성 프란치스코 성인과 함께 12~13세기 교회 쇄신에 많은 업적을 남긴 분이다.

      당시에 '가타리' 파등 많은 이단들이 교회를 위협하던 상황이었는데, 이들 이단에 맞서 교회의

      정통 교리를 전파했고 수도회를 설립하게 된 것도 참된 신앙을 적극적으로 수호하고자 하는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한다.

      즉 이단에 맞서 자발적으로 가난과 겸손을 실천하면서, 설교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참된 신앙을

      지켜가기 위한 것이었다.

      도미니꼬 성인의 관심은 오로지 "사람들의 영혼을 해방시키고 구원해 줄 진리를 만인에게 전파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도미니꼬의 영성에 대해, 대 문호 '단테'는 "그리스도 신앙의 연인"이라는 묘사를 했다고 한다.

 

 

        수녀원 전경이다. 아주 소박하고 나즈막한 건물이 '청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오른 쪽 십자가가 솟아 있는 부분이 성당이었다. 저 하얗고 평범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주 작은(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공간이 있고,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성당이었다.

 

                               수녀원 정원의 예수 성심 상.

 

                           수녀원 정문으로 들어가서 왼쪽에 있는 피정의 집이다.

                           피정의 집 이름이 '두메꽃 피정의 집'이었다. 예쁜 이름. 

 

                            이 봉쇄 수녀원을 택해 입회하신 수녀님들의 마음이겠지....

 

                                      두메꽃 피정의 집 현관 문

 

                                             피정의 집 반대편 모습(정문 밖으로 나가서).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수녀원 건물 오른 쪽의 하얀 문을 살며시 여니 나타난 공간...

        이런 계시판이 있었다.  '봉쇄란?' '관상이란?' '도미니칸이란?' 

        그런데 사진에 나오는 글씨를 읽을 수가 없네....?!

  

           이 그림은?    MARTINUS 성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모양인데.... 물어 볼 사람이 없으니...

               

 

        오늘 우연히 찾아 온 '도미니꼬 봉쇄 수녀원'은, 도미니꼬 성인께서 창설하신 수도회에

        소속되어 있는 수녀원이다.

        어떻게 이런 행운이 나에게 왔을까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살며시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마침 수녀님들이 무슨 예식을 하는 중인지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항상 느끼고 감탄마저 하게 되는 것, 수녀원에서 미사를 드릴 때 수녀님들이 성가를 부르는 소리는

        얼마나 티없이 깨끗하고 맑은 소리인지! 

        봉쇄 수녀원 수녀님들의 소리는 처음 들어보는데, 역시나 천상의 소리처럼 맑고 깨끗하다.

 

        성가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잠시 후에 미사가 봉헌될 거라는 얘기를 해주었다.

        와아! 정말 대박이다!!(이런 말은 내 생전 처음 써본 것!)

        그렇게 기뻣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칸 막이 저쪽에 봉쇄 수녀원 수녀님들이 서서 성가를 부르는 모습이 보인다. 

 

 

   일반 신자들이(이곳에서 피정을 하는 신자들이 대부분이겠지) 미사를 드리는 공간은 이쪽 편이어서,

   그곳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대는 내 모습을 혹시 수녀님들이 보시면 어쩌나 걱정을 하면서...

   그래도 몇 컷 찍는 행운을 얻고...

 

 

                                       이 쪽 저 쪽....

        제대는 일반 성당과 달리 옆을 향해 있다. 칸막이 저쪽에 수녀님들, 이쪽엔 일반 신자들이 있고

        신부님은 신자들 쪽에서 본, 왼 편 벽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미사를 봉헌하신다.

 

 

       성체를 영하는 시간, 먼저 네모난 창구로 수녀님들이 열지어 나와 성체를 영하고 있다.

 

 

                이제 우리 차례... 정말 예상치 못한 은총의 시간이다!

 

 

                        '마침기도'를 하고....

 

 

        왼쪽에 있는 수녀원 입구다. 이곳도 저쪽의 성당 문이나 다름없이 소박하다.

        위엄이 서린 기둥이나 영원히 열릴 것 같지않게 보이는 철문... 예전에 영화에서 본 수녀원의

        인상이 머리 속에 각인되어 있어서인지 이렇게 소박하고 평범한 수녀원의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이다.

 

 

        수녀원 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곳은 면회실인듯, 깨끗한 벽에 붙여 놓은 글귀는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께 아기를 낳으실것을 예고하는 성경구절이다. 

 

 

 

        수녀님을 면회 온 이들이 이 창을 통해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를 나누는 곳인 듯 하다.

        혹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저렇게 가려진 채, 서로 말 소리만 듣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뜻밖의 큰 은총에 감사드리며 수녀원 대문을 나선다.

 

 

                          대문 밖 왼쪽으로 난 오솔길, 그 길 따라 걸어보고 싶었으나...

 

 

                                    이 길을 따라 내려가 배론 성지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