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성탄에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공단에 성탄선물을 들고 갔습니다.
마침 눈이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여서 함께 가는 분들의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어느 섬유공장에 들러 선물을 건네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하자,
하얀 먼지가 떠다니는 공장을 구경시켜 주며, 여기는 일년 내내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합니다.
다른 공장에 들러서 똑같이 했더니, 예 하얗게 지새우는 크리스마스입니다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그들 눈빛에서 성탄에 찾아온 손님들이 더없이 반갑다는 마음을 읽었습니다.
엔젤과 피터, 그렇게 둘은 떨어진 공장에서 일하다 서로 만나 사랑하고,
아기가 생기자 추방되기에 이르지만,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전동성당에서 혼인을 하고,
지금은 소원처럼 필리핀에서 조그마한 베이커리를 꾸리며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올린 눈오는 날의 철탑 사진 한장에 다시 떠오르는 기억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우리가 하늘이고 우리가 하늘로 갑니다(Coelum es et in Coelum ibis)라고 했는데,
하늘을 알아주지 않으니 하늘 가까이 가는 것일까요?
동학사상의 임금에게는 백성이 하늘이고 백성에게는 밥이 하늘이라는 핵심처럼,
임금이 하늘을 섬기지 않으니 백성이 하늘을 찾아헤매는 것일까요?
세종대왕의 말씀은 가장 가슴아리게 합니다. 밥이 하늘이다. 밥굶는 백성을 없이하여라.
밥이 하늘이니, 밥을 굶는 것은 하늘을 굶는 것이고,
그렇게 하늘이 고파 자꾸 하늘로 하늘로 오르는 것일까요?
하늘을 굶은 사람들이 하늘을 먹어, 야속하기만 한 하얀 눈이
실은 축복하려고 한 하얀 눈이라는 것을 알고, 내려와 세상에 발 딛고 설 때는 언제일까요?
서로 못산다면 절대 이런 일이 없습니다. 잘살고 못사는 구분이 극을 달리고,
누군가가 일은 더하고 셈은 덜해진 까닭이니,
그것에서부터 실마리를 푸는 단초는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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