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어쩌자고 이렇게 서두르니?

권연자 세실리아 2018. 4. 5. 16:16

참, 별 일이다.

 

산 밑에 있는 우리집은 도심보다 기온이 낮은 탓으로

봄 꽃들이 항상 늦게 피곤 했었는데,

금년 봄은 정말 이상하다.

미처 꽃맞이 준비도 못하고있는데

차례차례 피던 순서도 무시한 채

지금 모든 꽃들이

한꺼번에 활짝 피어버렸다.

매화, 개나리, 수선화, 체리, 목련, 동백....

 

목련만해도 예년같으면 4월에 피곤하더니

금년에는 3월에 벌써 피어버렸고,

4월 중순경이면 한 번씩 예외없이 몰아치는 꽃샘 추위에

꺼멓게 멍든 꽃잎이 처참하게

툭,툭, 떨어지곤 해서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아렸었는데...

무엇이 그리 바뻤을까!

깜짝 쇼 하듯이

꽃망울들이 모두 열리고 난리들이다.

 

나는 아직

그 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준비도 못하고 있었는데...^^

 

 

 

매화...

우리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때 부터

함께 살아왔으니...

몇 십년이나 늙은 고목이어서

작년 봄에 큰 가지들을 모두 잘라버렸는데,

어쩌자고 기대도 안했던 꽃이 이렇게나 만발했는지....! 

 

 

 

늘어진 가지들을 해마다 사정없이 잘라도

(나는 언제나 안타까워했으나...)

봄이 오면 언제나 가련한 모습으로

늘어져 피어야할 잘려나간 가지들없이

윗쪽에서만 꽃을 피우는 애잔한 꽃....

 

 

 

날마다 어디론가 바쁘게 흘러가는 회색 구름을 바라보며

우울한 겨울을 보내던 어느날...

꽃이 피었더라는 소식에 미친듯이 달려간

하노버의 호숫가 숲에서

나는, 별처럼 빛나는 수선화 무리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며, 하하하,,, 웃어댔지!

호수위를 훌트며 달리던 칼바람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체리꽃 필 때...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않을까!

그러나 항상 먼저 떠오르는 풍경은

폴란드의 드넓은 농촌에

농가마다 환하게 피어있던 체리꽃들....!

 

 

                                         

 

 

 

 

 

 

 

 

 

 

'우리집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길을 걷는 행복  (0) 2020.12.23
물푸레마을 14층의 '해 지는 방'  (0) 2020.12.18
.....상사화  (0) 2013.09.23
청초하고 가녀린 산세베리아 꽃..  (0) 2013.06.24
우리집 봄꽃들...  (0) 2011.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