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달밤

권연자 세실리아 2021. 1. 14. 11:37

 

떠난 사람 보고 싶어서

풀들은 더 촘촘히 돋아나

텃밭도 마당도 장독대도 두엄자리도

아무 데도 안 가리고 우거지더니

우거지다 지친 풀들 길 잃고

아무 데나 드러눕는 빈집에

술 취한 달빛이 가득 고였다

한세상 번번이 길 잘못 들어

영영 길 잃어버린 얼굴들이

달빛 쓰러진 풀밭에 어른거린다

 

 

鄭 洋(1942~ )

현대문학 2017 7월호

 

 

 

 

 

'다시 읽고싶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 빛  (0) 2021.02.11
우화(寓話)의 강  (0) 2021.02.08
나그네  (0) 2020.12.28
그거 안 먹으면  (0) 2020.12.24
산 그림자  (0) 201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