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어린 왕자

권연자 세실리아 2021. 12. 27. 16:04

 

 

 

 

느닷없는 일 같지만,

생텍쥐페리'어린 왕자'를 읽고 있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게 얼마만인가.

마지막으로 읽었던게 언제였는지 가물거리는데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커버린 후엔 다시 읽지 않았지 싶다.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된 건 정말 천행이라 생각된다.

이미 나는 늙어버렸지만

어린 왕자의 생각과 느낌들이 도무지 낯설지 않고

마치 내 느낌들 같아서 눈물이 고일 정도니까...

 

나의 '해 지는 방'에서 서산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느낌....!

해질 무렵을 좋아하는 어린 왕자의 얘기,

"마음이 아주 슬플 때는 지는 해의 모습이 정말 좋아....."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뒤로 물러 놓기만 하면

얼마던지 황혼을 바라볼 수 있다지 않은가!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본 날도 있었다니,

너무 부러운 나머지 나도 그 작은 별에 가고 싶어진다.

 

젊은 시절,

팔도강산 누비며 다닐 때

남해안의 수 많은 아주 작은 무인도들을 보며

작은 집 하나 지을 정도의 작은 섬 하나를 갖고 싶었다.

몇 그루의 나무면 정원으로 족하고

몇 발자국 걸어내려 가면 바다물이 철썩이고

파도 소리에 잠 못이루는 밤도 얼마나 낭만적이랴...

그런 꿈 속에 산 때가 있었다.

마치 어린 왕자의 작은 별을 부러워 하듯.....

 

어쨋거나 나는 '어린 왕자'를 다시 만나

내 귀한 남은 날들이 설레인다.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어린 왕자를 보내주신 고마운 분,

추억은 하늘의 별처럼 많고 아득하지만

19살 감성으로 기억의 갈피 속에서

그립게 살아있는,,,

비껴 간 시절 인연이지만,

오랜 세월 무심하게 흘렀어도 어제 만났던 듯

초연한 모습이 좋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