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살고 싶은 집의 입구

권연자 세실리아 2022. 3. 8. 15:47

 

 

이 현관 그림은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애벗 풀러 그레이브스(Abbott Fuller Graves·1859~1936)가 그린 작품이다.

그는 집의 입구를 즐겨 그렸다는데,

MIT에서 건축을 공부하다가 화가로 전향하면서

유럽에서 고전적 화풍과 인상주의를 배워

주로 꽃과 정원의 화가로 입지를 다진 화가라고 한다.

 

나즈막한 울타리의 쪽문을 들어서면

둥근 기둥이 양쪽에서 포치(porch)를 받치고 있는

이 아름다운 현관 그림을 보면서

잠시 짙은 향수에 젖는다.

 

오래 전에 상영된 

'마음의 행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머빈 르로이(Mervyn Leroy 1900~1987)가 감독한 영화로

그리어 가슨(Greer Garson 1904~1996)이라는 여배우와

로날드 콜맨(Ronald Colman 1891~1958)이 주연이었는데,

1943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남우 주연, 여우 조연, 흑백미술, 감독, 음악, 작품, 각색상 후보에 오른 영화였다.

 

너무 오래된 옛날 흑백 영화였지만,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생각나는

가슴 저리게 애틋하고 그리운 장면들이 많은 고전 명화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 주인공이

잃었던 기억을 더듬어 찾으며

기억을 잃기 전,

사랑하는 여인과 살았던 집을 찾아가는데.....

 

야트막한 나무 울타리에 사랑스런 작은 쪽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핀 커다란 나무가 있고

늘어진 꽃 가지 밑으로 머리를 숙이며 들어가던 현관 앞...

나는 그 작은 쪽문과

활짝 핀 꽃나무와 현관을 잊지못하고 있다.

 

그 영화를 본 이후부턴가

아름다운 현관이 있는 집을 사랑했고 

그런 집에 살기를 소망했다.

 

아름다운 현관이 있는 집에 살고싶은나머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에 살던 내 오두막에 

집을 짓자마자 현관 양 쪽에 라일락을 심었었다.

한 쪽엔 흰색, 그리고 또 한 쪽엔 보라빛 라일락이

4~5월 쯤이면 온 뜨락에 향기를 풍겼었다. 

라일락 앞 쪽으론 하얀색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커다란 목련나무...

목련도 세 그루나 심었었는데,

우리가 그 집을 떠날 즈음엔 모두 고목이 되어

고사하던 두 그루는 잘라냈었다.

 

현관이 아름다운 집...

나는 지금도 아름다운 현관을 보면

잊지못할 옛날 영화 속 장면을 그리워하고,

현관이 아름다운 집에 살고싶은 꿈을 꾸곤 한다.

 

 

흑백 영화 [마음의 행로]의 잊지못할 장면들...

 

 

 

 

 

아름다운 현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