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흔들림에 대하여

권연자 세실리아 2022. 6. 20. 11:06
바람부는 언덕 위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보며
흔들리지 않고
고개 숙이지 않으려
무던히 버티는
중인 줄만 알았다
 
바람 세차게 부는 날
언덕 위 홀로 서 있는 나무에
기대어보니 알겠다
되려 온 몸에
힘을 쭉 빼고
바람 부는대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잠긴 마음의 빗장을 열고
영혼의 숨결에 귀를 대보니 알겠다
나무의 몸에서
바람이 울고 있다는 것을
바람은 목소리가 없어
나무가 대신
소리내어 울고 있다는 것을
 
홀로 서서 다 같이 사는 세상
삶의 어느 언덕에서
나 그 무엇을 위해
몸의 한 편 내어준 적이 있었던가
그 누군가에게
도움짓 한 적이 있었던가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진정 그게 그런 것이라면
바람 가득 가슴을 풀어 흔들리고
너와 나의 아픔에
정직하게 고개 숙이고 싶다.
 
 
 
 
 
 
 
 
 
 
인애란 시인

 

 

 

 
 
 
 

 

'다시 읽고싶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추 / 나태주  (0) 2022.10.27
추억 하나쯤은  (0) 2022.06.13
서시(序詩)  (0) 2022.05.04
선물(Gifts)  (0) 2022.02.14
그 꿈 다 잊으려고  (0) 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