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2 / 거센 맞바람과 싸우며 넘는 피레네..

권연자 세실리아 2012. 12. 29. 16:24
       찬물 한 줄기로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모두 침낭 속에 들어가 누워있다.

      9시가 취침 시간인 모양.

      이층 침대가 3개인 방이니 6명이 자는 방이다. 누가 이 방에서 자는지도 모르는채

      정해준 자리로 가서 누워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모두 섞여서 자는 혼숙이다.

      까미노에서의 첫 번째 혼숙이 시작된셈이다 ㅎ...

      어쨋거나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려면 배낭도 정리해야하고... 아직 잘 시간이 아닌데,

      이 사람들은 벌써 잔다고 누워있으니 짐 싼다고 부스럭거릴 수도 없어서,

      불을 끄고 침낭속으로 들어가니 덜덜 떨린다.

      감기가 포옥 들 모양, 앞 날이 걱정스럽다.

        

       

          10월 6일 / 오리손 산장  →  론세스바예스 (17km)    

               

          

           아침 7시인데 캄캄하다. 모두 길 떠날 준비에 말없이 부산스런 분위기다.

           산장에서 준비해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대부분 출발하고, 우리는 오늘 먹거리를 어제 생장에서

           준비하지 못했기에 점심에 먹을 음식을 샀다.

           다시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르고내릴 일이 끔찍하던차에 주인 여자에게 물어보니, 론세스바예스까지

           짐을 배달해 주는 차가 온다고 론세스바예스 호텔에서 찾으라고 한다. 두말 할 것 없이 큰 배낭 하나는

           차에 실어보내기로 했다(8유로). 

 

           

         ▼아침 빛으로 물든 오리손 산장(해발 792m).

            마침 배낭을 실어다 줄 차가 와서 맡겨 놓은 배낭들을 싣고있다. 

            험한 피레네 산맥을 무거운 배낭까지 메고 넘기가 무리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한달 이상 걸어야 할 몸을 보호하기 위해 저 차에 짐을 실어보낸다. 

 

 

 

 

                이런 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좀 늦은 시각 9시에 출발.

 

 

 

                ▼ 저 아래 아침 빛에 물든 오리손 산장이 보이고, 어제 초죽음이 되어 걸어 온 길도 보인다.

 

 

   

 

                 도대체 왜, 요즘처럼 온갖 교통이 발달하고 '빠름'을 좋아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이 길로 한사코 몰려들 올까!

                 고통스러워 헐떡거리면서 무엇때문에 이 길을  걸으려고 하는지? 

                 때로는 허망한 길이기도 하다. 자신이 하루 종일 고통스럽게 걸었던 길을, 지난 밤 묵었던 곳에

                 빠뜨리고 온 물건을 찾으러 택시로 되돌아가보니 30분 밖에 안걸리더라며 너무 허망했다고 말하던

                 어느 분의 얘기가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걸음한걸음 느리더라도 자신의 두 발로 이 길을 걷겠다고 몰려들 온다.

                 신앙적인 이유로, 또는 마음속의 무언가를 비우고 채우기 위해서,

                 또는 살면서 겹겹이 쌓인 버거운 짐을 이 길위에 벗어던지기 위해....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하여 스페인의 북서쪽에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까지

              800km정도 된다는 이 순례길은 1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길이다.

                

                  예수님의 제자 성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베리아 반도(지금의 스페인)로 갔으나 

                  7명의 제자만 개종시키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간 뒤, 헤롯왕에 의해 참수 당했다(사도행전 12장).

                  그의 제자 두 사람이 야고보의 시신을 몰래 거두어 보트에 실어 노도 없이 바다에 띄웠는데

                  신기하게도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 갈리시아 해변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의 시신은 리브레돈 이라는 산에 묻히고, 그후 8세기 이슬람교도들의 침입 등 몇 차례의

                  전란을 겪으면서 그의 무덤은 점점 잊혀지고 그 행방을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그후 9세기에 이르러 수사 페라요가 별 빛을 따라간 들판에서 한구의 유해를 찾았고, 

                  영주와 왕으로부터 성 야고보의 유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후 이 소식은 널리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이곳 지명은 '별들의 들판'이라는 의미의 콤포스텔라에 야고보라는 스페인어 이름 산티아고

                  붙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로 확정이되었다.

                  교회도 그 유해가 야고보임을 확인 하게되자

                  순례자들이 그 길로 모여 들게 되었고 12세기 경에는 50만명 가까운 순례자들이 그 길을 따라

                  걸었다고 한다.

                  그후 서서히 순례자의 수가 줄어들었고 잊혀져가다가,

                  1982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방문이후, 프랑스의 국경 도시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로 향하는 프란세스 길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줄여서 산티아고라고 부르기도함)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그리스도교의 삼대 성지로 불리게 되었다.

 

                   이 길은 원래 성지 순례길이었는데, 현재는 종교적인 이유 외에 정신적인 이유로 걷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 세계 각국에서 이 길을 걷기위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  프랑스 국경도시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의 동서를 가로지르며 서쪽 끝머리에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프란세스 길. 산티아고에 이르는 여러 순례길이 있으나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걷고 있는, 야고보 성인이 전도하며 걸었던 정통 순례길이다.

                   

                        지도복사: http://cafe.naver.com/camino/4849                      

       

 

 

 

              ▼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날씨 운이 따라주지않으면 죽을 고생을 한다던데....

                  너무 좋은 날씨!

                  바람이 강하고 시원하게 불어 정신 바짝차리지않으면 계곡으로 날라갈 지경이다.

                  덥지않으니 아름다운 피레네를 맘껏 감상하며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강하게 부는 맞바람을 거슬러가려니 체력 소모가 큰 듯...

                  게다가 어제밤 찬물 샤워로 심상치않은 몸이 감기로 고생할 것 같은 예감,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상황도 이 길에서 내가 겪어야 될 몫이라면 기꺼이 감당해야지...

 

 

  

 

                ▼ 아침 햇살에 저 아래 계곡에 내려가있는 우리 그림자.

 

 

 

 

 

     ▼ 높은 산위에 방목되고 있는 양떼들.

         높은 위치에 목장지대가 펼쳐저있어 피레네의 넉넉한 품이 상상을 초월한다.

         제일 높은 봉우리가 1.450m 정도라니, 아직도 오르고 내려가야 할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 짐작도 할 수 없다.

 

 

 

 

             ▼ 오리손에서 출발한 후 4km쯤 가면 왼 쪽으로 바위 위에 성모자 상이 나타난다. 

                 아름다운 이 성모상은 프랑스 루르드(Lourdes)에서 가져왔다는.....

 

 

 

 

               ▼ 성모자 상 앞에 한참이나 앉아서....

                   이 길에서의 모든 것을 위해 기도했다. 끝까지 함께 계셔주신다면 틀림없이 완주할 것을 믿기에...

 

 

 

 

 

 

              ▼ 성모자 상 앞의 네 거리.

                  직진하지 말고 오른 쪽으로 가야한다^^

 

 

 

                  .▼ 평평한 목장지대. 

 

 

 

 

 

 

                ▼ 십자가 주위에 순례자들의 기도가 걸려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데,

                    그냥 지나칠 수없은 곳, 멈추어 서서 기도를 하게된다.

 

 

 

 

 

                ▼ 웅장한 피레네산맥을 감상하는 순례자.

 

 

 

            ▼ 고산지대에서 거센 바람에 쓰러지는 연약한 야생화가 순례자들을 반긴다.

 

 

 

 

 

      ▼ 오리손을 지나 스페인과의 국경을 지나기 직전, 롤랑의 샘 만난다.

          프랑크 왕국의 황제 샤를르마뉴의 이교도를 물리치는 일화와 함께 등장하는 롤랑은, 황제의 조카로 

          론세스바예스 계곡에서 사라고사마르실리오 왕으로부터 습격을 받아 싸우다가 이 전투에서

          12명의 성기사와 함께 전멸했다는 인물인데, 피레네를 넘을 때 이 샘에서 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

          이 산맥을 넘는 동안 만나게 되는 단 하나의 샘이지만, 이 샘도 건기에는 물이 끊어져버린다고.

                

          이 곳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숲길을 지나다보면 시세 언덕길 정상 지점인 게푀데르 언덕 이르게 되는데,

          정상으로 오르는 언덕길은 어제의 비탈길보다 완만하고 숲길을 걷기때문에 오르기 쉬운 편.

 

          마침 샘에는 자전거 순례자들과 일반 순례자들이 물을 받느라 떠들석하기에 우리는 그대로 지나쳤다.

   

 

 

 

            ▼ 나바라 왕국 중세 유럽의 한 나라로, 프랑스와 에스파냐의 국경지대에 있던 봉건 국가이다.

                이 지역이 옛날 나바라 왕국 땅이었음을 나타내는 표지석인 듯.

 

 

 

               

              ▼ 스페인 땅으로 넘어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순례길 표시가 2010년 야고보 성인의 성년을 맞아 새로 세워진 듯,

                선명한 까미노 표시가 순례자들을 반갑게 마지하는 듯 보인다.

               (☞성년성 야고보 축일인 7월 25일이 일요일이 되는 해를 성년으로 정하여 지냄.)

 

 

 

 

 

 

 

 

 

       

       ▼ 이 표지석을 지나고부터는 울창한 숲 속으로 론세스바예스까지 급 경사의 오솔길이 이어진다.

           많은 순례자들이 피레네를 넘으며 발에 물집도 많이 생기고 발목, 무릎에 이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 내리막을 내려갈 때 등산화와 발고락이 닿아 서서히 발톱이 빠지게 되는 부상도 입게 된다.

           실제로 첫 날의 이 여정에서 부상을 입은 이들이 끝내 팜플로냐 쯤에서 두 발로 완주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귀국 길에 오르는 사람도 봤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길로 달려와 걷기 시작하는데, 자신의 두 발에만 의존해 완주하는 사람들은

           15% 밖에 안된다니 얼마나 험난한 여정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 거리는 지도상의 거리 800km보다 조금 더 넘는 여정이라는데, 그 거리가 잘 가늠이 안되긴하지만,

           부산에서 북한의 신의주까지의 거리만큼이라고.....^^

 

 

 

 

 

 

 

             

         ▼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론세스바예스의 수도원, 성당, 알베르게 건물들이 나타난다.

             오리손에서 6시간 30분 걸려 도착. 

 

             이곳 알베르게(10유로)는 취사를 금하고 있기에,

             저녁식사는 식당에 미리 예약(9유로)을 하고 8시에 먹게된다.

                        

 

 

 

 

         ▼ 론세스의 알베르게(Albergue de Peregrinos)호스피탈레로(Hospitalelo, 알베르게의 봉사자)들.

 

 

 

 

              ▼ 작년엔가 새로 단장을 했다는 알베르게가 매우 깨끗하고 침대도 좋았다.

                한 칸에 네 명씩 자게 되어있다. 내가 잔 곳, 오른 쪽 아래 침대.

 

 

 

             ▼ 칸막이 침대들이 있는 곳의 복도.

                 다음날, 이른 새벽인데 이미 떠난 사람들도 많았고 모두들 길 떠날 준비에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