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4 / 다시 찾은 축제의 도시 팜플로나

권연자 세실리아 2013. 1. 9. 16:01

      

         2012년 10월 8일 / 4일 째

                

                  수비리(Zubiri)  →  팜플로나(Pamplona)  20.5km

                (수비리→라라소냐→아께레따→수리아인→이로츠→뜨리니닷 데 아레→부를라다→팜플로나)

 

 

            피레네에서 걸린 감기때문에 몸이 몹시 힘든 상태지만 아프다고 누워서 쉴 수도 없다.

            알베르게에서 보통 8시까지는 나가야되는 규칙이니 몸이 아파도 일단 길로 나서야 한다.

            정 힘들어 걸을 수 없는 상태라면 다음 마을까지 가서 알베르게 문 여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1시~2시. 알베르게에 따라 다르지만..) 숙소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숙소에 들어가는 시간까지 밖에서 기다릴바에야 걸을 수만 있으면

            아파도 걷는 편이 낫다는 생각으로 날마다 걸었다. 비몽사몽간에 걷기 시작하지만 어쨋든

            그날의 예정된 목적지까지 기어코 걸어가고야만다. 집에서 이렇게 아프다면 만사를 제쳐놓은채

            외출도 안하고 일단 쉬고보는데.... 

            이런 일들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떠밀려 가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하루를 걷고난 후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점점,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다행으로 맑고 좋은 날씨이다.

            어제 마을로 들어왔던 '라 라비아'라는 예쁜다리를 다시 건너 오른쪽으로 가야하는데,

            마을 입구 가게에서 점심과 간식으로 먹을 사과 4개와 빵 2개를 샀다.

            오솔길을 따라 이어지는 숲길 옆으로 작은 강물이 흐른다. 냇물처럼 보이지만

            '아르가'라는 이름을 가진 강인데 이 강 기슭을 따라 순례길이 이어진다.

            

     ▼ 돌 담을 끼고 걷는 오솔길...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어서 햇볕이 뜨거워도 걷기에 너무 좋은 날이다.

        

         내가 아프다고, 큰 짐을 운송회사가 운영하는 택시로 보내고(8유로) 내 짐을 메고 가는 저 남자...

         축 쳐저 보이는게 어쩐지 그 사람도 힘들어보이는 뒷 모습.

         홀가분한 내 등이니 가벼움을 느껴야 할텐데, 발 걸음이 천근만근이고 마음마저 천근만근 무겁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마저 책임지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치않았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목표를 정하고 온 그곳까지 꼭 가야했기에 현재의 아픈 몸을 달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 까미노 길에서 만난 목장 풍경..

 

 

 

         ▼ 네 번째 만난 이로츠라는 마을에 있는 이뚜르가이츠 다리(Puente de Iturgaitz).

                    강물위에 대칭으로 드리운 그림자까지 너무 아름답다.

              아르가 강 위에 12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다리인데

                             세 개의 아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다리이다.

                      

 

 

      ▼ 팜플로나가 가까워지자 규모가 큰 공장지대가 나타나고, 같은 모양의 주택단지가 보인다.

             이런 풍경은 까미노 길에선 어쩐지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

 

 

 

 

 

       ▼ 이 예쁜 다리를 건너면서 팜플로나에 도착한 것으로 생각하고 기뻐했는데....에고~ 아니란다^^

                  팜플로나에 인접해있던 부를라다(Burlada)라는 도시였고,

                         팜플로나는 여기서 2.5km를 더 가야했다.

                 다 온 줄 알았다가 더 걸으려니 얼마나 맥풀리고 힘들던지...!

 

 

 

                  ▼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다보면 예쁜 돌 다리를 참 많이도 보게된다.

                      모두 역사가 깊은 몇 백년이나 된 다리들이 대부분이고,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다리들도 있다.

 

 

 

 

                 ▼ 드디어 팜플로나의 성벽

 

 

 

                ▼ 수말라까레기 문(Portal de Zumalacarregui)

                 프랑스 문이라고도 부르는 이 아치는1553년에 건설 되었다는데,

                    까미노 순례자들이 이 문을 통과해 팜플로나로 들어간다.  

  

 

 

                  ▼ 문을 통과해 뒤 돌아 본....

 

 

팜플로나 대성당.

산타 마리아 대성당(La Catedral de Santa Maria)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당은

1397년에 건축이 시작되어 1530년에 세워진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그러나 18세기 후반에 대성당 정문이 원래의 프랑스식 고딕양식보다 수수한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고백하자면, 이 성당 사진과 아래의 성당 내부 사진들은

지난 5월에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목적으로 왔을 때 예기치않게 거쳐갔던 곳으로

그 때 찍었던 사진들을 올린것이다.

그때는 팜플로나에 다시 오게 될 줄 몰랐었는데,

살다보면 예측 못했던 일이 생기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이 아프다보니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다시 나가서 그 마을이나 도시를

구경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고 배정받은 침대를 찾아 우선 눕게됬었는데

마침 이 사진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 이 성당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회랑으로,

                    유럽 고딕 양식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곳으로 이 회랑을 꼽는다고 한다.

 

 

 

 

              ▼ 팜플로나 시청.

               매년 7월 6일이면 시청 발코니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몰이 축제(Encierros)인

               산 페르민 축제(San Fermines Festival)의 시작을 알린다.

               이 축제는 7월 6일~14일 까지 열리는데, 우리나라 TV에서도 방영되어 낯설지 않은 축제다.

               이 기간에는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넘쳐나서 숙소를 구하기 어렵기때문에

               순례가 목적인 사람들은 이 기간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시청 왼쪽 골목으로부터 소를 몰아 나오는 이 행사는 이 도시의 전통적인 행사로

                좁은 골목으로 소를 몰아서 투우장까지 가는데, 이때 사람들은 부상을 입기도 하고

                때로는 사망하는 일까지 생긴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의 열정과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행사인 듯 하다.

               (낮에 찍은 이 사진도 지난 5월에 찍은 사진이다.)            

               

 

 

                  ▼ 어느 기념품 상점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슬쩍 찍어봤는데,

                      팜플로나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인파를 보니 정말 대단하구나!

                      2002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든 월드컵 때가 생각나네....

                      골목에서 소를 몰아가는 광경도.... 왁자지껄한 함성이 들리는 듯 하다.

 

 

 

                ▼ 우리가 찾아들어간 알베르게(7유로).

                    팜플로나 대성당 앞 골목에서 왼 쪽으로 첫 번째 골목에 있는 시립 알베르게인데

                    이름은 '예수 마리아 알베르게' 라고.... 

                    이 사진도 지난 5월에 찍은 것으로,

                    그때는 내가 이곳에 머물러 자는 날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었는데...

 

 

 

 

               ▼ 알베르게는 깨끗하고 주방시설도 좋았다.

                   더우기 와이파이가 되는 몇 안되는 알베르게여서 너무 좋았다.

                  

                   이 길을 걷다보면 대부분이 산간 오지여서 전혀 인터넷이 되지않고

                   외부 세계와의 단절감을 제대로 느끼게되는데, 가끔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 있으면

                   재빨리 연결해서 그동안 나에게 카톡으로 온 메세지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답장도 보내곤 했다.

                   어찌 생각하면 이 길을 걷겠다고 나선바에는 철저하게 세상과 단절하고

                   걷는 일에만 몰두하는 것이 더 좋겠으나,

                   그처럼 높은 수련의 경지에 머물지 못하는 나로서는 가끔 세상 소식을 듣고싶었다.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이 그나마 있다는게 다행스러웠고

                   나를 위해 기도하고 격려해주는 이들의 메세지가 힘이 되곤 했었다.

                   틈틈이 페이스 북에도 짧은 글이나마 올릴 수 있는 날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하루하루 너무 힘들게 걷다보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서

                   많은 사진을 페북에 올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곳에 주방이 있어서 기뻣든 내 짝은,

론세스바예스에서 만난 우리나라 젊은이들과 수비리에서 처음 만난

카나다 교민 학생  두 명에게 밥과 된장찌개를 해주겠노라고 했단다.

그 남자도 피곤할텐데, 자기 자식들에게 먹일 밥을 하려는 듯

식료품 가게에 달려가서 쌀과 감자, 양파, 등 저녁거리를 사다가 큰 솥에 밥을 가득 해놓았다.

너무 기뻐하는 학생들을 보니, 입맛이 없어 먹는둥마는둥한 나까지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