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8 / 올라가고 내려가다 '나귀 다리를 부러뜨리는 길'...

권연자 세실리아 2013. 1. 28. 12:06

     

    2012년 10월 12일 / 8일째

 

             로스 아르꼬스(Los Arcos) → 비아나(Viana) / 19km

                (로스 아르꼬스→산솔→또레스 델 리오→비아나)

 

 

        밤 사이 비가 내려 걱정했으나 아침이 되니 다행히 그쳤다.

        새벽마다 느끼는 긴장감... 모두들 말없이 짐을 챙기고 하나 둘 방을 빠져나갈 때면

        누가 빨리 떠나라고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은 조급해지고 가슴이 두근대기조차 한다.

        아침마다 느끼는 이 긴장감이 처음엔 낯설고 싫더니, 이젠 적응이 되어가는지 남보다 조금 늦어도

        혹은 조금 빨라도 천연덕스러워졌다.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어쩐지 요금이 조금 비싸더라니 아침식사 포함이었다)

        출발했다. 밤새 비가 내린 탓인지 바람도 불고 몹시 추운 아침이다.

 

 

     ▼ 어제 알베르게에 들어가 쉬느라고 마을 사진을 못 찍었는데,

         순례길이 마을 한 가운데로 나있어서

           어제 들어오며 보았고 오늘 나가면서 나머지 부분을 보게된다.

             좁고 예쁜 골목길을 빠져나오니 마을 끝에 성당이 있었다.             

 

 

 

 

 

 

 

 

      ▼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이 성당은 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이 바로크 양식으로 바뀌는 변화가 느껴지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성당이다. 16세기에 보수되면서 나바라 왕국이 가지는 바로크 양식의 풍성함과

      특별함을 지니고 있지만, 성당의 일부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요소를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새벽이 밝아오는데 가로등과 성당 회랑을 비추는 불빛이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마을을 떠나기 전에 순례자들이 성당 앞에 멈추어서서 아름다운 성당을 돌아보고 있다.

   

 

 

 

 

 

 

 

 

 

 

 

 

 

        ▼ 성당 옆에 있는 이 문을 나서면 마을을 떠나게 되는데,

           '까스띠야 문'이라고 불리우는 이 문은 17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문을 통과해 뒤 돌아본 성당과 문... 

 

 

 

 

         ▼ 오늘의 여정은 별로 높지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먹구름이 걷히지않아 어둑했던 아침, 언제나처럼 언덕을 오르는 순례자..

 

 

 

 

 

 

           ▼ 산솔(Sansol)

          오늘 처음 만나는 마을이다.

          마을과 성당, 수도원의 이름은

        순교한 코르도바 출신의 성인 산 소일로(San Zoilo)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옛날에 이곳은 산 소일로 수도원의 영지였다고 하며,

            산 소일로 유해는 현재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 산 소일로 성당(Iglesia de San Zoilo)

            산 소일로 성당은 17세기 후기 바로크시대의 석조 건물로,

               내부에는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십자가상과 

             성가대 석에 위치한 거대한 성 베드로 상이 있다는데.

          이 조각상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성 베드로에게 봉헌된 수도원에 있던 것이라 한다.

        대부분의 마을에서처럼 성당 안으로는 들어가 보지 못하고 겉모습만 바라보며 지나간다.                   

 

 

 

 

 

 

       ▼ 또레스 델 리오(Torres del Rio)

        이 마을은 이슬람교도들에게 함락되었다가 10세기 초반에 산초 가르세스 1세에 의해 탈환된 곳.

           까미노 길을 따라 있는 이 마을에는 여러가지의 문화가 조화롭게 섞여 있다고..

 

 

 

 

        ▼ 성묘 성당(Iglesia del Santo Sepulcro)

    12세기에 템플 기사단이 예루살렘에 있는 성묘 성당과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팔각형 평면의 성당이다.

        8각형 평면은 템플 기사단의 특징이었던 형식이고,

           성묘 성당은 스페인 로마네스크 양식의 걸작으로 불리우는 건축물이라고 한다.

        이 성당의 정탑은, 마치 바다의 등대처럼 길을 잃은 순례자를 이끄는 역할을 했었고 

           산티아고를 향해 가던 순례자가 죽으면 불을 켜서 알렸으며

             순례자의 묘지 역할도 했기 때문에 '죽은이들의 정탑'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 길가에는 순례자들의 기도와 작고 큰 소망들을 쌓아 놓은

                작은 탑들을 종종 보게 된다.

 

 

 

 

 

 

       ▼ 두 번째 마을을 지나고부터는 샘물을 만나기 어렵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되는데

              먼지가 많이 일어나는 자갈 투성이의 좁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중세 때부터 이 길을 '나귀 다리를 부러뜨리는 길'이라고 불렀다니...ㅎㅎ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말이 생겼을까!

 

 

 

 

          ▼ 그리 높은 것 같지않아 보이는데 이상하게 진을 빼는 언덕길이었다^^

 

 

            

 

       ▼ 진을 빼며 올라간 언덕 길을 이제는 저 멀리 오늘의 목적지 비아나를 바라보며

           또 진을 빼며 내려가는 이상한 내리막 길이었다. 구불구불....

           정말 끝없이 내려간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지루한 내리막 길.

 

 

 

 

 

 

 

 

           ▼ 드디어 도착한 비아나...                  

              쓸쓸하고 막막하고 힘들게 걸어서인지, 

              아주 멀리서부터 바라보며 걸어온 마을조차 어쩐지 을시년스럽게 보이는구나... 

              까미노를 걷기 시작한 후 가장 적게 걸은 날이다.

              너무 일찍 도착한 느낌이 들지만 더 갈 수도 없다. 다음 알베르게가 있는 로그로뇨까지는

              10여km나 더 걸어야하는데.... 그렇게 더 걸을 자신이 없으니 아무리 한낮에 도착했어도

              여기서 잘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런 상황은 까미노 길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더 가자니 너무 멀고, 그냥 머물자니 너무 빨리 도착해서

              무언가 시간을 낭비하는것 같은 느낌때문에 갈등하게 되는....

              그러나 이런 생각은 이 길에서 전혀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리되니, 결국 씁쓸한 느낌.

              평생 시간에 쫒기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이 길에서야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전혀 없음에도...

              그냥 시간을 잊고 가자! 천천히 거북이처럼.... 몸이 허락하는만큼만 가면 될 것을....!

 

 

 

 

 

 

 

 

             ▼ 산타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1250년에서 1329년까지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석조 건물의 성당이다.

 

 

              

 

 

               

 

               

          ▼ 한낮에 도착해서인지 유난히 거리에 사람들이 많다.

             순례자들도 있었겠지만 현지 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거리에 넘치는 활기로 보아 괞찮게 잘 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든다.

             여기말고 다른 골목에도 노천 bar가 성업(?) 중이었으니까.....

 

 

 

           ▼ 산 뻬드로 수도원(Monasterio de San Pedro)

       이 수도원은 13세기에 세운 원래 건물에 18세기 후반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증축이 되었다는데,

            바로크 양식의 거대하고 화려한 현관이 돋보였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샤워장이 붐비지 않나 살피고 빈 곳이 있으면 샤워를 먼저 한다.

          그리고 잠자리 준비를 해놓고(한낮이지만^^) 짐 정리도 하고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면 고국에서 나를 염려해 주는 이들에게 카톡으로 메세지를 보낸다.

          그리고 저녁식사....

          지극히 단순하면서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일생을 이처럼 단순하게 살아간다면.... 과연 어떨가?

          영혼은 맑아질 수 있을것 같은데,.... 변화없는 삶이라고 실증이 날가?

          현재는 실증이고 뭐고 생각이 안나는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일거다. 날마다 너무너무 힘드니까...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다 없어지는 이런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지만,

          그래도 '목표'가 있어서일가, 허망하지 않고 날마다 꽉 찬 느낌이 드니 이 또한 새롭다고나 할까.

               

          어제 저녁 함께 식사했던 애들과 오늘도 다시 만나 함께 식당을 찾아나섰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베드버그에 물리고 발에 물집이 생겨 고생하던 여학생과는 이 날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다시는 못 만났다. 같이 다니던 애들과도 떨어져 부르고스까지 혼자 걷고 자고 하다가

          몸이 견딜 수 없게되자 귀국했다는 소식을 나중에 들었다. 예쁘고 상냥한 애였는데...

          이제 22살이라니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겠지. 실망하지 말고 화이팅하기를....!

          수비리에서 주일날이라 미사참례 할 성당을 찾아나섰다가 마을 구경을 하러나온 그애를 만나

          함께 성당을 찾던중 나에게 "참 멋있으세요~" 라는 .....

          기분좋은 말을 선물해주던 센스있는 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