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9 / 도시의 번잡함은 참을 수 없어...

권연자 세실리아 2013. 1. 30. 14:13

 

   2012년 10월 13일 / 9일째

 

            비아나(Viana) → 나바레떼(Navarrete) / 22.5km

             (비아나→로그로뇨→나바레떼)

 

 

 

           밤새 잠을 설치다 일어나 부지런히 나선 새벽 길...

           숙소가 침침하고 맘에 들지않더니, 그런 분위기 탓인지 자다깨다를 반복하다가

           일어나자마자 알베르게를 나섰다.

           잠을 설쳤다해도 이상할 정도로 아침 길이 기분 좋다. 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지고

           발걸음도 가볍다. 드디어 내 육체가 이 길에 적응이 된 것인가?

           몸이 가볍고 기분도 가벼우니 한없는 행복감이 밀려온다. 내 인생의 이 지점에서

           무슨 인연으로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이런 행복한 기회를 잡아챈

           내가 기특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한... 기분 좋은 아침이다.

 

 

         ▼ 항상 해는 우리 등 뒤에서 떠오른다, 우리가 서쪽을 향해 가고 있으니....

             해가 얼굴을 내미는 순간을 만나려고 새벽길을 걸으며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본다.

             그러다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해와 마주치게 되는 순간...!

 

 

 

 

         ▼ 해를 등지고 길 위에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가는 아침,

           이런 아침 풍경들이 까미노를 걷는 내내 나에게 행복감과 힘을 주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침나절의 내 걸음은 펄펄 날아가는 수준이었다(내 동반자의 말에 의하면).

           그러다가 오후가 되면 다시 거북이가 되어버리지만^^.

              

 

 

 

 

 

 

         ▼ 삐에드라 다리(Puente de Piedra)

             에브로 강 위에 서 있는 이 다리로 로그로뇨로 들어간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제자인 산 후안 데 오르데까

             12개의 아치와 세 개의 방어용 탑이 있는 석조 다리를 지었다고 한다.

             후에 이 다리는 일곱 개의 아치와 원통형 기둥이 있는 다리로 개축되었다는데,

             늘어나는 교통량 때문에 1917년에 콩크리트를 사용하여 다리를 현대화했다고 한다.

 

 

 

          ▼ 다리 위에서 도시의 스카이 라인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대성당의 쌍둥이 탑이 눈에 들어온다.

        이 성당의 이름은 산타 마리아 라 레돈다 대성당인데, 15세기 르네쌍스 시대에 건축되었으나

             고딕 양식의 요소도 보이며, 늘씬한 쌍둥이 탑은 바로크 양식이다.

                  성당 안에 있는 십자가의 길은 천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가 그린 것이라 한다.

                그러나 도시의 번잡함이 싫어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기에 보지는 못했다^^

            이 도시를 지나 갈 일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어느새 나는 촌 사람으로 길들여진 듯...

 

 

 

            ▼ 로그로뇨 시내에 있는 알베르게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 간판이 있어

                순례자들은 쉽게 숙소를 찾아 간다.

 

 

 

       ▼ 등 짐을 지는게 힘들어 저렇게 끌고 가는 순례자들도 더러 보았다^^.

 

 

 

 

          ▼ 산띠아고 엘 레알 성당(Iglesia de Santiago el Real)

          까미노 표시를 따라 구 시가지 골목을 돌아다니다 만난 성당이다.

 

 

 

 

 

 

 

           ▼ 순례자의 샘(Fuente del Peregrino)

            오까 광장 마치 조그만 집을 연상시키는 두 기둥 사이의 아치가 있는 석조물.

            오른쪽에는 십자가형 문장, 왼쪽으로는 도시의 문장, 가운데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 레벨린 문(Puerta del Revellin)

        로그로뇨 구시가지를 떠나는 순례자들은 레벨린 문 지나가게 된다.

         12세기 부터 도시를 보호해 주는 성벽이 있었으나 지금은 길이 되어버렸고,

         그 때문에 구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길의 일부는 아직도 무로(Muro: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길 바닥에 있던 까미노 표시가 재미있다. 라 리오하(La Lioja) 주로 오니

            가리비 조개의 그림이 너무 맘에 든다.

 

 

 

         ▼ 시내에서 만난 순례자 조각상

 

 

  

  

 

 

                   

 

 

 

 

 

 

          ▼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 사잇길을 따라서 또 언덕을 넘고 ...

 

 

 

 

         ▼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나바레떼가 보인다.

 

 

 

       ▼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병원터

       현재는 그 자취만 남아 있는 산 후안 데 아끄레 순례자 병원은 12세기에

          마리아 라미레스 의해 설립된 병원이었으나

     현재는 나바레떼의 마을 입구에 벽체의 일부만 남아 있고 공동묘지의 입구로 사용되고 있다.

          

 

 

 

 

         ▼ 나바레떼 마을로 들어서자 시에스타 시간인지 약간 섬뜩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는 느낌인데,

             어쨋거나 오늘 22.5km를 걸어 왔으니 더 이상 간다는건 무리라는 판단에

             까미노 표시를 충실히 따라가 본다.

             어딘가 우리가 잘 곳으로 안내해 주겠지....

 

 

 

       ▼ 성모 승천 성당(Iglesia Asuncion de la Virgen)

         1553년에 건축되기 시작했으나 이후 한참 동안 중지되었다가 1645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내부의 제단화가 리오하 바로끄 양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17세기 말,18세기 초 후기 바로끄 양식의 모든 경향이 모여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 도공 기념물(Monumento al Alfarero)

            라 리오하 주에 유일하게 고대 도기 터가 남아있는 곳인데,

               나바레떼의 도공들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물이다.

 

 

 

           ▼ 알베르게를 찾아 정적에 싸인 골목길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녔다.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대낮에 낮잠을 자고, 네시 혹은 다섯시쯤 일어나 다시 활기를 띠고

          활동을 하니 저녁 식사는 대개 열시쯤에나 하는 것 같았다.

               식당은 7시 아니면 8시에 여는데(식당에 따라 다름) 

                 손님이 미리 가서 앉아있어도 아무것도 줄 생각을 안한다.

             땡 하고 8시가 되면 부산스레 식탁이 채려지기 시작하는데, 음식을 다 만들어놓았어도

   약속한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줄 생각을 안하더라... 빨리 먹고 가서 자야하는 우리 생각도 좀 해줄일이지!

 

 

 

 

 

      ▼ 드디어 알베르게를 찾아냈는데 사설이었다.

           이 집도 알베르게 간판이 붙어있는데, 주인이 우리를 다른 건물로 데리고 간다.

        알고보니 더 비싸고 좋은 곳이었는데 둘이 쓸 수 있는 방이 있어 만족하며 들어갔다.(30유로)

    부엌도 있고 콘도 비슷한 인상을 주는 곳이었지만, 부엌은 명색만 부엌이지 쓸 수 없는 곳이라 실망.

        그런데 이 날 그 건물안에서 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는 사실ㅠ

        그럴줄 알았으면 여러명 자는 방이 텅 비어 있던데 거기서 활개치며 잘걸, 방 값도 애끼고....ㅎㅎ

 

 

 

        ▼ 끔찍하지만... 내 다리가 맞다^^

              걷기 시작한지 이틀쯤 후 부터였을거다. 발목에 빨간 점들이 몇 개 생기더니

     날이 갈 수록 점점 커지면서 종아리 쪽으로 올라오고 있는데, 가렵지도 않고... 이유를 알 수 없다.

        날마다 감기약 먹고 심하게 아프면 진통제도 먹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 뿐...

     가렵지 않으니 별로 의식하지 않고있다가, 저녁에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면서 다시 보게 되는 것.

         그런데 도대체 걱정이 안된다. 평소 같으면 '이게 무슨 증상일까' 걱정을 하면서

              병원으로 달려갈텐데.... 이상하게도 이 길을 걸으면서 나는 걱정하는 일이 없어졌다.

           감기가 질질 끌며 오래가도 언젠가는 낫겠지 하며 걱정을 하지않고 있는데,

      다리가 점점 심한 증상으로 무릎쪽으로 기어올라오고 있는데도 전혀 걱정이 안된다는게 이상하다.

          나를 온전히 주님께 맡기게 되는, 이 길 위에서의 기적같이 느껴지는 일들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