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7 / 비 갠뒤, 황홀한 들 길을 걷다.

권연자 세실리아 2013. 1. 24. 19:00

      2012년 10월 11일 / 7일 째

 

                 에스떼야(Estella) → 로스 아르꼬스(Los Arcos) / 21.5km

                 (에스떼야→아예기→아스께따→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로스 아르꼬스)

 

 

 

             빗소리가 심난한 아침이다. 어제 밤 걱정 속에 잠들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다니...

                  지난 일주일 동안 좋은 날씨였기에 주님께 감사드리며 걸었었고

           계속해서 주님의 보호가 있을거라는, 그런 염치좋은 자만심은 어디서 온 것인지.

               그러나 오늘은 또 다른 날을 경험해보라고 비를 내리시는가?

                  아직 마음 준비 덜 된 상태에서 이 사태를 어이할꼬!

           (사실 그동안 비몽사몽간에 걷는 중이어서 어떤 쓸만한 생각도 떠오르질 않았다ㅠㅠ)

        

 

         

            ▼ 알베르게에서 주는 식사를 간단히 마치자, 비가 그친 듯 하기에 다행이다싶어 서둘러

                길을 나선다. (도네이션이랬는데 저녁과 아침제공하는 곳이었다.)

           가로등 불빛을 받은 돌 길을 내려가, 어두워서 더 고풍스럽게 보이는 석조 건물을 돌아나간다.

          그러나 길로 나서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기에 어느 건물 굴다리 밑에서 판쵸꺼내 둘러쓰고

          캄캄한 에스떼야의 거리를 걷는다. 비가 와도 걸어야 하는 길이니...

 

 

 

             ▼ 날은 밝았으나 비 때문에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고 걷고 있는데 문득

                이라체 수도원 문이 나타나고 포도주가 나온다는 수도 꼭지가 보인다 이런!

                빗 속에서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정말 포도주가 나온다!!

                오른쪽에서는 생수가 나오고, 왼쪽 수도꼭지에서 포도주가 나오는데

                수도원에서 산띠아고 길을 걷는 순례자들에게 여기서 포도주 한 모금씩 마시고

                다시 힘을 내어 걸으라고 배려한 것이라고 한다.

                아~ 나는 술도 못마시지만 여기 오면 꼭 포도주 한 잔 마시고 간다고 별렀건만...

         하필이면 비가 내리고 있으니 판쵸 뒤집어 쓴 불편한 상황에서 아무 짓도 할 수 없었다!!!

                어렵사리 사진기를 꺼내 한 컷 남기는 일밖에는... 

 

               이라체 수도원 베네딕도 수도회 소속으로 958년 부터 존재하는 수도원이라고 한다.

                  공식 명칭은 산타 마리아 데 이라체 수도원이라는데,

               11세기에는 수도원장 베레문도 성인이 이곳을 순례자를 위한 병원으로 운영했다는데

             바로 순례자를 위한 나바라의 첫 번째 병원이었고, 그때가 이 수도원의 전성기였다고 한다.

 

               이 수도꼭지는 보데가스 이라체 라는 포도주 제조업체가 만든 것으로

            산티아고에 도달하고 싶은 순례자에게 여기있는 포도주 한 모금이 힘과 활기를 주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원과 함께 ....

 

 

 

 

 

 

                  

 

 

             ▼ 비 맞으며 두 시간 걷고나니 비는 그쳤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거추장스러운 판쵸를 벗으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 하다.

                여기는 어느 마을인지, 꽁꽁 숨겨 놓았던 카메라부터 꺼내서 셔터를 눌러본다.                 

 

 

 

 

              

           ▼ 아, 여기는... 저 성당 첨탑을 보니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 이라는 마을이구나!

                  도대체 마을 이름들이 왜 그리 길고 어려운 곳이 많은지,

                      바쁠 때는 생략하고 첫머리만 불러도 다 알아채더라만....

                          안개 속에 아스라한 첨탑이 아름답다.

 

 

 

 

 

 

               ▼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Iglesia de San Andres Apostol)

                   이 성당은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내부는 보질 못했다.

                        대부분의 시골성당들이 평일에는 문이 잠겨있었다.

 

 

                   

 

 

 

               ▼ 까미노 표지석 위에 어느 순례자가 내려놓고 간 옷...

            이 길이 하루이틀에 끝나는 길이 아니니 어느날엔가는 꼭 필요한 옷일 수도 있을텐데

                   얼마나 짐의 무게가 고통스러웠으면 덜어냈을까...!

 

 

 

             ▼ 스페인에서 수 없이 보는 포도밭 풍경. 포도밭 옆, 안개 속으로 이어지는 순례길...

 

 

 

                               

 

                  

 

 

     ▼ 가끔, 옛날 순례자의 모습처럼 당나귀에 짐을 싣고 가는 히피같은 모습의 순례자를 보게 된다.

             짐이 많기도 하네... 저 짐을 혼자 짊머지고 갈 수는 없지...

           저런 페레그리노들 중에는 돈 한 푼 없이 순례를 하면서, 밖에서 노숙을 하며 다니는데

       (메세타의 어느 마을 성당문 앞에서 노숙하는 페레그리노를 정말 봤다. 엄청 추운 밤이었는데...)

               끼니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걱정스러웠다. 나름대로 방법이 있겠지만...

 

                  

 

                  

 

  

 

 

 

 

                  

 

 

             ▼ 오늘은 길에서 사람들을 많이 본 날이다.

               새벽에 비가 와서 모두들 bar 같은데서 시간을 보내고 비가 그친 후 출발을 했는지,

               걷다보니 아득한 들길에 사람들이 점점이 혹은 바로 앞에... 제법 많다.

               모두들 뒤에서 나타나 내 옆을 휙 휙 지나가서 저만큼 점으로 멀어져 가고있다.

 

                   

 

 

                   

 

 

                  

 

 

 

 

             ▼ 오늘은 후반 12.5km가 마을이 없는 허허벌판이다. 집 한채도 없고 물 받을 곳도 없는데,

                 아침에 비가 안왔더라면 아마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아득한 길을 막막하게 걸었을테다.

                 비 덕분에 저 아득한 길에 점점이 순례자들이 가고 있다.

                속 시원히 트인 벌판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때문에 감기가 심해질가 걱정하며 걷는 길...

 

 

                   

 

 

               ▼ 길가에 억새 비슷하게 생긴 풀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 뿐,

                   나무 한 그루 없던 그 길이 아득~하게 멋있었다.

                  

 

              오늘 그늘도 없는 길가에 앉아서 준비해 온 빵과 과일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우리와 함께 했던

              학생 한 명이 어쩌다 늦었는지 바람처럼 나타나더니, 그동안 제대로 걷지못해 일정이 늦어져서

              오늘은 50km를 걷겠다며 바람처럼 사라져 간다.

              "머라구? 오십키로?? 오십키로는 백리가 훨씬 넘는 거리야!"

              내가 제 정신이냐는 듯 소리쳤는데, 정말 그 애는 제 정신이 아닌 듯 사라져버렸다.

              나이가 21살이라더니....50km가 어느 정도의 거리인지 알고나있는지 원,

              정말 그만큼 걸었을까...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네...

 

 

              로스 아르고스 도착할 무렵 카나다 학생 요셉을 만나 같은 알베르게(8유로)에 들어갔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부엌과 식당이 있는 조금 특이한 구조였다.

              침대가 있는 이층에 올라가니 아늑하고 깨끗해서 마음이 놓였는데, 침대 옆 창으로는 우리가 마을로

              들어오던 골목길이 아기자기하게 내려다 보였다.

              요셉이 창가에서 골목을 내려다보며 초조하게 누굴 기다리는 눈치여서 물어보니,

              남자 애들은 다 이곳을 지나갔고 지난 밤 우리 내외와 같은 알베르게에서 잤던 여학생 두 명이 오늘

              여기서 잔다고 요셉과 핸폰으로 연락이 되어, 우리가 들어온 알베르게를 알려주었는데

              나타나지 않아서 애가타는 모양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애들은 골목으로 들어오다 우회전한 골목길에 있는 알베르게에 들어갔다고...

              어쨌거나 다행히 만나 우리 있는 곳에 와보더니 여기가 더 좋다고 아쉬워 한다.  

              수퍼에서 먹거리를 사다가 우리가 밥을 해서 그 애들 세 명과 함께 먹었다.

              베드버그에 물린 여학생은 얼굴, 팔, 다리를 물렸는데 더 악화될가봐 걱정을 하는 중이었고

              큰 도시 로그로뇨에 가서 약을 사야겠다고.... 괞찮을거라고 안심을 시키면서도

              얼마나 가려울가, 안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