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1 / 결국은 아무 생각없이 걷게 되는 길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4. 16:28

 

   2012년 10월 15일 / 11일 째

 

     나헤라(Najera) →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 21.5km

             (나헤라→아소프라→시루에냐→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지난 밤 빗소리가 요란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는 그쳤으나 금방이라도 또 쏟아질 듯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기부제로 운영되고 있는 알베르게여서 접수대 옆에 기부함이 있었다.

              보통 내는 요금보다 좀 넉넉하게 기부함에 넣고 알베르게를 나서는데

                    호스피탈로가 따라나와  친절하게 까미노 방향을 일러준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bar를 찾아가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출발하는데 뒤에서

                   "안녕하세요~" 굵직하고 좋은 울림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돌아보니 중년의 남자가 다가오는데, 우리가 한국 말로 얘기하는 소리를 듣고 반가웠노라고.... 

      자기는 뉴욕에 사는 교포인데 4 년 전부터 이 길을 걸으려고 준비했고 드디어 걷고 있다고 한다.

                잠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길을 걷다보면 다시 만나게 되는게 이 길이니,

                     길에서 또 보자고 인사하면서 식사하러 간다는 그 분과 헤어졌다.

      

       

      ▼ 다행히 점점 하늘이 개이고 걷기 좋은 날씨다.

        어제 허리가 너무 아파 고생했기에 오늘은 감기약과 함께 진통제를 먹고 출발해서 그런지

        한결 기분도 좋은 상태고 걸음도 빨라졌다.

                   

 

 

          ▼ 자전거 순례자들도 새벽 길을 달린다.

                  

                  

 

  

 

        ▼ 나헤라에서 6km정도 떨어진 아소프라(Azofra)에 일찍 도착했다.

        뚜에르또 강 비옥한 계곡에 자리잡은 이곳은 옛날 이슬람이 점령했던 당시,

           아랍인의 마을이었다고 한다.

               오래된 집들과 기사도의 전통, 중세의 유물 등이 남아있는 곳으로,

                  옛날에는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죽은

             순례자들을 위한 묘지도 있던 곳이었다고 한다.

         순례자를 위한 병원은 19세기 까지도 운영되고 있었으나 오늘날에는 폐허만 남아있다.

 

           마을 가운데 보이는 성당은 천사들의 성모 교구 성당이다.          

 

 

 

         ▼ 정적에 쌓인 마을 길... 늦게 저녁을 먹고 늦게 자는 스페인 사람들,

                 지금 모두 아침 잠을 곤하게 자고 있을게다.

             이런 아침이나 시에스타 시간에 마을을 지날 때는 행여 마을 사람들의 

          잠을 깨울까 염려스러워 스틱 소리가 나지않게 아예 스틱을 들고 지나가곤 했다.

 

 

 

 

        ▼ 쥐죽은 듯 조용한 마을 아소프라를 빠져나오자 길 정면에 있던 공원.

          여기서 순례길은 왼 쪽, 오른 쪽 어느 길을 택해 가든 시루에냐 갈 수 있다는데,

     우리는 포도밭 사이로 이어지는 감동적인 길이라는 원래의 까미노 루트인 오른 쪽 길로 갔다.

        왼쪽 길은 포장된 도로에다 13km나 더 걸어야 한다니.. 자전거 순례자에게 맞는 길인 듯... 

 

 

 

        ▼ 순례길에서 지나게되는 마을들에는 이렇게 낡고 허물어져가는 빈 집들이 너무 많아서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가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고,

                이 나라도 농촌에서 점점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는걸 짐작하게 됬었다.

            이런 낡은 빈 집들을 만나면 이유도 알 수 없지만 슬펐었지(어떤 詩가 떠오르면서)......

 

 

 

 

 

      ▼ 지난 밤에 비가 많이 내리더니 길이 이 모양이 되어 아침 길이 걷기가 너무 힘들었지...

         농사 짓는데 사용되는 트렉터 같은 차가 길을 헤집고 지나간 자국 옆으로 조심조심 걸어보지만

           신발에 달라붙는 흙을 떼어내며 걷느라고 속도를 내긴 어려운 길...

 

 

 

      ▼ 한 낮이 되니 길도 좋아지고 긴 오르막과 내리막을 걸을 때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어

              땀 한 방울 흘리지않고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 여기는 시루에냐(Ciruena) 라는 마을.

         현대의 건물인 빌라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어서 웬 일인지 어리둥절한 기분이 된다.

               시루에냐가 역사의 기록에 등장한 것이 1000년 전 쯤이라는데...

   웬 신시가지 같은 분위기의 집들이 늘어선 것인지? 사람의 그림자라곤 찾아 볼 수 없어 유령 도시처럼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근처에 골프장이 들어서자 골프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집인 듯...

 

 

 

 

           ▼ 새 집 벽에 까미노 표시는 착실하게 해놓은 ....

      이 나라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기도 저기도 까미노 화살표와

            가리비가 없으면 스페인이라고 할 수 없지...^^

 

 

 

 

         ▼ 아하! 여기가 1000년의 역사가 깃든 원래의 시루에냐 구나...!

                 새 집들 사이를 빠져나오자 낡고 초라한 마을이 나타났는데,

                      너무 낡아서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일년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흥겨운 마을이란다.

           5월 15일은 이시드로 성인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 6월 15일은 근교의 발바네라 수도원으로

                순례를 가는 축제, 9월의 첫 번째 주말은 레메디오의 성모를 기리는 축제,

             11월30일에는 성 안드레아 축일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단다. 축제, 축제... 축제를 열어

          흥겹게 즐기며 살아가는 이 나라 사람들의 낙천적인 모습을 여기서도 그려 볼 수 있었다.

 

 

 

  

 

 

▼ 황량한 벌판에 매료되고 익숙해있던 눈에, 

오랫만에 빨간 색갈의 열매가

꽃을 보는 듯 신선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 긴 내리막 길을 아무런 생각없이 내려가서 갑자기 나타난 마을...

모르겠다, 진즉 시야에 보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심히, 머리도 가슴도 텅 빈채 걷고 있어서 이무것도 안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런 상태로 걸어온 오늘의 여정...

 

이 형상물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지팡이와 배낭 모자, 신발과 물통 그리고 가리비 껍질....

순례자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다.

이것들 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랴! 

편리한 물건들이 많고많은 세상에서 단지 이것들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게 없는 뻬레그리노의 일상이 이어진다...

 

 

 

 

▼ 이 골목길로 들어와 점심 먹을 곳을 찾아다녔다.

우리 앞에 가던, 어제 우리와 함께 잔 마드리드에서 왔다던 순례자가

오른 쪽에 보이는 알베르게로 들어가며 우리더러 하는 말, 어디로 갈거냐고 묻는다.

아마도 다른 알베르게로 가는 줄 알고 물은 모양인데,

우리는 점심 먹을데를 찾으러 간다고 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물어서 레스또랑을 찾아내 맛도 없었는데 값만 비싼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길 떠날 채비를 갖추고 까미노 표시를 찾으며 지나가는 사람 붙들고

이 길이 산토 도밍고 가는 길 맞느냐고 물으니

여기가 바로 산토 도밍고라고 한다.. 이런! 

그래서 아까 알베르게로 들어가던 사람의 표정이 그랬었구나, 하하

그런줄 알았으면 장 봐다가 여기서 점심을 해먹을걸....일순 바보가 된 느낌ㅠ.

 

 

 

 

▼ 숙소에선 와이파이가 안되고 이 광장 한 귀퉁이에서 된다기에

덜덜 떨며(날씨가 추워져서인지, 내 감기때문인지 엄청 떨었다)광장에 있는

건물 밑에서 카톡으로 온 메세지 확인하고 답장 보내고...

 

 

 

산토 도밍고 데 라 깔사다 대성당(Catedral de Santo Domingo de la Calzada)

이 대성당은 12세기에 세워졌으나 13,15,18세기에 걸쳐

여러 번 증축과 보수를 거쳤다고 한다.

대성당의 아름다운 탑은 18세기에 증축된 것으로 세 번에 걸쳐 지어졌다고 한다.

첫 번째로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탑은 1450년 번개를 맞아 무너졌고

두 번째로 만들어진 고딕양식의 탑은 붕괴 위험이 있어서 해체하고,

현재의 세 번째 탑은 마르띤 베라뚜아에 의해서 건축되었는데

바로크 양식의 이 탑의 높이는 70m에 달한다고.

땅 밑으로 지하수가 흐르고 있어서 대성당 건물과 분리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는 닭에 대한 유명한 전설이 있다.

15세기에 독일 윈넴덴 출신의 우고넬이라는 이름을 가진 18살 된 청년이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과 함께 산띠아고 순례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머물던 여인숙의 딸이 그 청년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하여

사랑을 고백했으나, 신앙심이 깊었던 우고넬은 그녀의 고백을 거절했다.

상심한 처녀는 그에게 복수를 하려고 은잔을 우고넬의 짐 가방에 몰래 넣고

도둑으로 그를 고발했다. 재판소로 끌려간 우고넬과 그의 부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청년은 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지게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의 부모는 산띠아고 성인에게 기도를 올리며 순례를 계속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산띠아고의 자비로 아들이 살아있다"는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되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있다는 음성을 들은 기쁨에 찬 부모가 재판관에게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달려갔다.

마침 닭고기 요리로 저녁식사 중이던 재판관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비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아들이 살아있다면 당신들이 날 귀찮게 하기 전에 내가 먹으려던

이 암탉과 수탉도 살아 있겠구려." 그러자 닭이

그릇에서 살아나와 즐겁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 전설 덕택에 1993년 부터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는

전설의 청년 우고넬의 고향인 독일의 윈넨뎀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산또 도밍고의 재판관들은 우고넬의 결백을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한 사죄로

몇 백 년 동안 목에 굵은 밧줄을 매고 재판을 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전설과 전통 때문에 중세의 순례자들에게 여행 중에 수탉이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은 징조로 여겼다고 한다.

 

이 대성당 안에는 15세기의 기적에서 유래한 암탉과 수탉이 살고 있는 닭장이 있다.

이 닭장은 15세기의 고딕양식인데, 살아 있는 흰 닭 한 쌍을 아직까지도 키우고 있다.

까미노 중에 거쳐 가는 마을들에는 여러가지 기적에 얽힌 전설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현재까지도 기적과 관련된 살아 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

 

 

 

산 프란시스코 수도원(Convento de San Francisco)

이 수도원은 16세기 후반 사라고사의 대주교 베르나르도 데 프레스네다 에 의해

세워졌다. 19세기 중반까지 프란시스코회 수사들이 살았는데

앞으로 박물관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알베르게에 부엌과 넓은 식당이 있어서 장을 보러 나왔다.

거리 구경을 하며 모처럼 여유를 부리는데, 예쁜 꽃 가게도 보이고....

 

  

 

 

▼ 저 앞에 보이는 곳으로부터 이 골목으로 들어와

어둠침침한 문으로 들어가는 이 알베르게... 공립으로 완전 기부제였다.

시설은 아주 좋았고 이층에 부엌과 넓은 식당이 있어서 음식을 해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갓 구어낸 빵과 과일 살라미 치즈 계란등을 사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고

다음날 아침식사도 준비해두었다.

침실은 삼층이었는데 방이 여러개 있었고 침대도 좋아서 만족했었다.

 

카나다 학생 요셉을 또 만났다. 어제도 늦게 우리가 잤던 알베르게에 도착했었는데..

요셉학생과는 거의 날마다 같은 알베르게를 이용하는 중이다.

우리가 2인실을 사용할 때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