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싶은 詩

산 그림자

권연자 세실리아 2015. 1. 9. 16:46

산 그림자

 

그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래도 그에게 온갖 이야기를 털어놓고 간다
자신의 비밀과 허물을 뱀처럼 벗어 놓고서
다행히 그에겐 모든 걸 숨겨 줄 깊은 골짜기가 있다
그런 그가 깊고 조용한 그녀를 보는 순간
그동안 가슴에 쌓인 응어리를 다 풀어놓고 싶어졌다
어머니의 고요한 품을 더듬어 찾듯이
그 응달에 다 풀어내고 싶어졌다

 

 

이순희 시인(1961~ )

 

 

 

 

 

 

          모든 사람에게는 근심이 새로이 생겨난다. 근심은 솟는, 푸른 우물물처럼 깊고도 은밀하다.

          그 근심을 당장 누군가의 앞에 꺼내놓기는 참으로 어렵다. 흉금을 털어놓고 말할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근심은 쌓여간다.

          산 그림자 같은 사람이 여기 있다. 조용한 인품을 지닌, 어머니처럼 어질고 넉넉한 품을 지닌 사람.

          은은하고 깊은 눈의 사람. 마음이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 차차 넓게 젖어 퍼지듯이 가까이에 와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 남의 허물을 몰래 덮어주는 사람. 인정 많고, 너럭바위처럼 펀펀한 사람.

          저 먼 산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산 그림자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 만나 근심을

          물건처럼 꺼내놓고 싶다. 그러면 굳은 근심은 사르르 풀리리.

           

          [가슴으로 읽는 시] : 문태준 시인
         

 

   [출처] : 프리미엄조선

 

 

 

 

 

 

 

 

 

 

 

 

 

'다시 읽고싶은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그네  (0) 2020.12.28
그거 안 먹으면  (0) 2020.12.24
배롱나무 꽃이 울었다  (0) 2014.08.26
밀어 / 서정주   (0) 2013.06.17
저녁 노을   (0) 201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