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꽃들과 함께...

권연자 세실리아 2021. 3. 13. 12:29

물푸레마을 14층으로 옮겨온 후

삭막하고 우울한 겨울을 보낸 어느날,

창 밖으로 보이는 산 자락의 빛갈이

연록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순간,

그리운 나의 정원에서도 가장 먼저

얼었던 땅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을 수선화가 떠오르자

울컥 그리움이 꿈틀거렸다.

 

이 14층에는 꽃을 가꿀 땅 한뼘도 없다는게 서글프다.

그러나, 어떻게든 해봐야지...

우울은 떨쳐버리고

꽃을 사러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꽃 시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처지라

대형 마트나, 자그마한 꽃집이나 어디서든 

꽃을 발견하면 집으로 데려왔다.

화사하고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하는 날들은 무척 행복했다.

 

이제 겨울도 끝이 보이고 있는데

기약없이 집에 머무는 나날들이

지루하지 않았던 건,

종일 볓 잘드는 베란다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는

이 꽃들과 함께하는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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