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느끼며...

마지막 가는 길...

권연자 세실리아 2022. 11. 2. 14:11

 

 

 

오전에 전화 벨이 울려서 받으니

흐느끼며 말을 이어가는 친구 목소리...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아 

위를 80%나 잘라내고 힘겹게 투병 중이었는데

지난 밤,

최대의 위기의 순간들이 이어졌었던 것 같다.

너무나 무섭고도 길고 긴 밤이었다고...

 

한 평생 살다가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하는 길

기왕이면 고통없이 

작별 인사 쿨하게 하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4살 까지 사셨던 장모님까지 평생 모시며

7살 아래인 아내를 어린 아이 대하듯, 

큰소리도 내는 일 없이 잘해주던 기억밖에 없다는

틀림없는 학자인 그의 남편...

끝자락이 그 사람의 품격처럼 소리없이 

고요하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친구의 아픈 마음을

속 시원하게 위로해줄 수 없어서 슬프다.

 

거의 한 평생, 젊은 날들을

멀리서 살고 있던 내가 늙으막에

자기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와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늘 하느님께 감사 기도까지 한다던  친구...

 

나는 그 친구의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 XX야, 이사와서 너무 고마워~"

수없이 나에게 하던 그 친구의 말에 보답이라도 하듯

요즘 나는 열심히

그 친구가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는

병실의 상황에 귀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인 것을...

'살며, 느끼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istory.com으로 이사 온 blog..  (0) 2022.09.23
창문을 열고...  (0) 2022.07.02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0) 2022.06.10
물푸레 마을에 살며...  (0) 2022.05.12
가곡 '동무 생각'에 얽힌 첫사랑 이야기  (0) 202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