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활짝 열고,
서쪽 산너머로 빠져버린 해를
쓸쓸한 마음으로 그리워한다.
마음이 너무 슬픈 날
지는 해의 모습을 마흔세 번이나 본
'어린 왕자' 처럼...
세상에는 왜 이리 슬픈 일 투성일까?
높직이 올라앉은 아파트에서 살다보니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속삭이듯
싸락싸락 눈 내리는 사랑스런 소리,
개구쟁이들처럼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몸 비틀며 소리치던
나무들의 아우성...
이 높은 아파트에선
은밀하고 사랑스런 소리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창문을 자주 열곤 한다.
혹시나 내가 좋아하는 어떤 소리가 들리지 않을가해서...
저 아래 숲에서
나무들이 이리저리 몸 비비고 있을라치면,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미소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라도 들리는 듯 황홀해진다.
며칠 폭우가 내리던 하늘은
그런 일이 정말 있었냐는 듯, 파랗다.
해 넘어간 서쪽 하늘을 보며
한참이나 소리없이 울고 싶은데...
허망하고 슬픈 하늘에
잠시 후면 사라질 초승달이 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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