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전에 전화 벨이 울려서 받으니
흐느끼며 말을 이어가는 친구 목소리...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아
위를 80%나 잘라내고 힘겹게 투병 중이었는데
지난 밤,
최대의 위기의 순간들이 이어졌었던 것 같다.
너무나 무섭고도 길고 긴 밤이었다고...
한 평생 살다가 누구나 한 번은 가야하는 길
기왕이면 고통없이
작별 인사 쿨하게 하고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04살 까지 사셨던 장모님까지 평생 모시며
7살 아래인 아내를 어린 아이 대하듯,
큰소리도 내는 일 없이 잘해주던 기억밖에 없다는
틀림없는 학자인 그의 남편...
끝자락이 그 사람의 품격처럼 소리없이
고요하게 생을 마감하고 떠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친구의 아픈 마음을
속 시원하게 위로해줄 수 없어서 슬프다.
거의 한 평생, 젊은 날들을
멀리서 살고 있던 내가 늙으막에
자기와 가까운 곳으로 이사와 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늘 하느님께 감사 기도까지 한다던 친구...
나는 그 친구의 아픔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는
역할밖에 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 XX야, 이사와서 너무 고마워~"
수없이 나에게 하던 그 친구의 말에 보답이라도 하듯
요즘 나는 열심히
그 친구가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있는
병실의 상황에 귀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어쩌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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