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의 땅을 찾아서

백향목의 나라 레바논 (중동 아시아 여행기 2)

권연자 세실리아 2010. 5. 6. 23:50

 

 

구약의 솔로몬왕이 건축재료로 즐겨 가져다 썼던 백향나무.

지금은 하리사 산정에 몇 그루의 백향나무가 기념비처럼 서 있을 뿐이다.

 

 

 

'할알 아민'사원에 높이 걸려있는 '하리리' 전 총리의 모습.

 

 

 

 

통행이 금지된 베이루트의 밤은, 기나긴 시간 비행기 탑승으로 인해 피곤했던 여행자들에겐

단잠을 이룰 수 있는 조용한 밤이었다.

중동지방은 겨울이 우기여서 비가 자주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된다는 예비지식이

있었지만, 우기가 거의 끝나는 시점이라 청명한 아침이다.

일찍 서둘러, 성모 마리아 상이 베이루트와 그 일대를 내려다보고 있는 주니에 지역의 하리사
산정으로 올라갔다. 엄청나게 큰 마리아 상이 저 멀리 베이루트까지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있다니, 여기가 정말 아랍 지역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기는 아랍지역 중에서 가장 아랍답지 않은 모습으로 유럽 화 된 곳이 베이루트라고 한다.
1975~1989년까지 내전을 치르고, 그리스도교계 국민들의 영향력으로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 결과이다. 예전에는 중동의 파리, 혹은 중동의 스위스라 불리웠을 정도라니까-.

 

하리사 산정에서, 솔로몬의 '백향나무'를 보았다!

레바논의 상징이었던 이 나무가 울창했던 레바논 산은, 여름에 눈이 녹으면 헐벗은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라 한다. 어느 레바논 사람이 했다는 뼈있는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은 왜 백향나무

없느냐고 물으니, "3000년 전 솔로몬의 나라에서 다 베어가버려서 없다" 라고 대답하더란다.

현재는 이곳 하리사 산정에 유적지의 기념비처럼 몇 그루가 남아있을 뿐이다.

다시 베이루트로 간다.
'관광'을 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시절을 분간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들어 무척 조심스럽다.

시내를 돌아볼 예정이지만, 제대로 다 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는 가이드의 말이 아니드라도

눈에 들어오는 시가지의 모습은 살벌했다.

 

차에서 내려 길을 건너다보면, 우리 일행 외에는 길목을 지키는 군인들의 모습만 으시시하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자칫 꾸물거리다 일행에서 뒤 처지기라도 한다면, 금방이라도 날아올 것 같은

총알의 표적이 될 것만 같다.

예상치 못했던, 역사의 현장에 들어서게 됬다.

'할알 아민' 사원에 갔더니, 그곳에 '하리리' 전 총리의 무덤과, 조금 떨어진 곳에 그를 수행하던

일곱명의 무덤이 있었다. 임시로 가묘를 만들어 놓은 것이겠지만, 그곳에서 검은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추모 집회가 계속되고 있었다.

시내 곳곳에 붙어 있는 잘 생긴 그의 사진을 이미 보았지만, 사원 높이 걸려 있는 하리리 전 총리

커다란 사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를 만나고 싶어 검은 사람들 속으로 점점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드디어 꽃으로 뒤덮인 하리리

관 앞에 섰다. 그가 누구인지,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 나와 모습이 많이 다른 수많은 사

람들 틈에 서서, 꽃 속에 잠들어 있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이 나라 역사를 이제서야 조금 알았고, 이해하고싶노라며 슬픔 비슷한 감정에 젖어 작별 인사를

한다. "잘가요 하리리!"

내전의 상흔이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골목길을 걸으며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민다. "15년 동안
내전을 치르며 미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어느 여인이 독백처럼 말하더라는-
가이드가 전해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더욱 아프고 답답하다.

문득, 몇 해 전에 가 보았던 발칸 반도... 복잡한 내전에 시달려 지치고 피폐해있던 유고와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등 그쪽의 일들이 떠오른다.

도시들은 전쟁을 방금 끝낸 것처럼 뼈대를 앙상하게 드러낸 건물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허물어진 벽을 의지하고 그 틈새에서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다.

 

더욱 가슴 아팠던 것은, 아름다운 산간 마을을 지날 때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집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같은 마을에서 다정한 이웃들로 살던 그들이 어느 사나운 '불씨' 탓이었던가(!?) 나는

그 자세한 속 사정을 도대체 알고 싶지도 않지만, 종교가 다르다고 혹은 종족이 다르다고 서로

원수되어 죽이고 죽고 불지르고....! 했다는 그들의 역사가 거기 있었다.

종교가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들을 어디로 몰아가고 있는것인가!?

'종교'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이들로 인해 지구가 왜 늘 시끄러워야 하는가?

나는 그해 여름, 화해, 용서, 등등을 화두로 삼아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레바논은 그래도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무슨 말인가하면, 크리스찬들과 무슬림이 공생하는 모습을 보인 곳-, 아랍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

유일한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 레바논의 앞날은 걱정스럽다.

하리리 전 총리의 죽음 후, 자기네 이익을 따져보며 레바논에 군침을 삼키는 나라들이 많다는

현실이 그렇고, 헤즈볼라를 조종해서 레바논의 종주국 행세를 하며 기득권을 쥐려는 시리아가

그렇고..., 그들은 미국이 끼어들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이다.

제발 레바논이여! 이제 행복하기를 빈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이 서로 이해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며, 아슬아슬하게 요동치는 중동에서

'평화의 불씨'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