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3 / 악몽같은 하루길, 그러니 쥐랑 같이 잔다해도 상관없어...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11. 15:36

 

    2012년 10월 17일 / 13 일째

 

            벨로라도(Belorado) → 산 후안 데 오르떼가(San Juan de Ortega) / 24.5km

         (벨로라도→또산또스→에스삐노사 델 까미노→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산 후안 데 오르떼가)

 

 

 

               어제 벨로라도에 도착하자마자 마을 입구에 있던 알베르게로 거의 쓰러질 듯

                 들어왔기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마을 구경하러 다시 나갈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새벽길을 떠나며 어슴프레한 여명에 드러나는 마을 길을 걸어나오다 보니

                  아름다운 성당이 마을 중심에 있고 알베르게도 보였다.

           호텔과 아름다운 집들도 있었는데 벨로라도의 어원이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더니

                 역시 이곳은 새벽 어스름 속에서도 남다른 느낌을 주는 마을이었다.

 

            

              ▼ 산따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산따 마리아 성당은 16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의 건축물로

            성당 안에는 아름다운 성모상과 순례자 산띠아고(야고보 성인)의 상이 보존되어 있다고...           

 

 

 

성당 종탑에 새들이 둥지를 튼것이 보인다. 그것도  몇 개씩이나...^^

종이 울릴 때 거기 사는 새들이 놀라지 않을가...? 괜한 걱정....^^

 

 

 

 

 

        ▼ 이렇게 페허처럼 된 집의 한 쪽은 말끔하게 수리되어 사람이 살고있는데....

                  한 건물이 두 가지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정말 신기했다.

 

 

 

 

          ▼ 첫 번째 마을 또산또스(Tosantos)

            조그만 마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파내어 만들었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성당인 라 빼냐 성모의 성당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하는데,

                   매년 9월 8일에 또산또스에서 라 빼냐 성모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그 바위산에 있다는 성당에 가보지 못하고 지나쳐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지나쳐가면서도 미련을 가질 형편이 아니었지....ㅠ

             이런저런 역사적 유물들을 살펴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에너지가 넘쳐났으면 좋았으련만

          솔직히 그 당시엔 오로지 이 길을 완전히 내 두 발로 걸어서 산티아고까지 가리라..하는 마음으로

              꽉 차있어서 다른 것들을 놓치고 패스하는 일에 전혀 미련을 두지 않았었다.

                 까미노를 걷고 있는 이 순간이 관광이 아닌 '순례'에 그 목적이 있음을 마음에 새기면서....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놓친 것들에 대한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아쉬움이 남는대도 어쩌랴, 솔직하게 그 때는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았는 걸......^^                 

                           

 

 

          ▼ 또산또스를 떠나기 전, 악몽같은 기억 하나....

             여러 날 먹고 있는 감기약 덕분에 입맛도 변해버리고

                  속은 어찌되었는지, 메슥거리며 음식을 받아들이길 꺼리는 눈치고....

                이 마을에서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어쩌지...?

             아직 커피 마시고 싶은 마음 눈꼽만큼도 없는데 bar를 찾아 헤멨다.

            마을을 돌고 돌아도 그넘의 bar는 눈에 띄지않고,... 마침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물었더니

         친절하게 마을 벗어난 자동차길 건너편으로 안내해 준다. 달려 들어가 무조건 커피 시켜놓고

            화장실을 찾았더니 밖으로나가 건물 끝에 있다고...

               헌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다 헉...

                  캄캄한 곳으로 들어간 곳에 캄캄하게 자리잡은 화장실!

                   어둠이 주는 불안 속에서,... 그렇게 무서운 화장실 스페인에서 처음 봤다!

                      ....... 밖으로나와 몸서리를 쳤다. 

 

 

                  

                  

 

 

 

        ▼ 두 번째 마을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Espinosa del Camino)

 

 

 

 

        ▼ 성모 승천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la Asuncion de Nuestra Senora) 

                성당건물 대부분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되어 있다고.

 

 

 

 

 

        ▼ 순례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물을 받아갈 수 있는 샘물이 넉넉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 산 펠리세스 데 오까 수도원(Monasterio de San Felices de Oca)

            9세기경에 만들어진 수도원. 이 오래된 수도원에서 현재 남아있는 것은

              서고트 양식을 따른 발굽 모양의 아치와 소성당의 잔해이다.

                 이 수도원은 부르고스 시를 세운 돈 디에고 로드리게스 뽀르셀로스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 한다.

 

 

 

 

        ▼ 세 번째 마을 비야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Villafranca Montes de Oca)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 부르고스 중간인 이 마을에는

                  신비로운 전설과 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시작되는 오까 산의 순례길은 오랫동안

                     순례자들을 노린 도둑들이 들끓던 곳이었다는데....

           우리는 이 마을 레스또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12.5km나 걸어야 할 오까 산길로 

              올라가려하고 있다.

                 그 옛날, 도둑떼와 늑대들이 순례자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던 곳이었다지만

        오늘날 그런 위험과 두려움이 전혀 없이 이 산길을 걷는 우리는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있는가...!

 

 

 

            ▼ 산띠아고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Santiago)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 오르막 길이 시작되고 점점 산은 깊어졌다.

              오늘의 목적지 산 후안 데 오르떼가 까지 12.5km를 가는 동안

            집도 없고 숲길만 이어지는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사나운 날에는 많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걷는 일정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는 주의 사항도 있을 정도의 길이다.

                 아무튼 시시각각으로 날씨가 변덕을 부린다는 산길...

                 예전에는 나무들이 울창해서 길을 잃는 일도 많았다지만

          현재는 나무를 많이 베어내고 길을 넓히는 공사도 해서, 전혀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보였다.

 

 

 

 

          ▼ 오까산의 도둑

           오까산으로 가는 오르막 길은 중세 때 순례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도둑과 강도, 불량배가 많았다는데 이들은 납으로 만든 동전에 도금을 한 뒤

                   순진한 순례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하면서

               가짜 돈을 주고 진짜 돈을 받는 사기를 치기도 했단다.

          그래서 이 길에는 "도둑질을 하고 싶으면 오까산으로 가라." 라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 1936년 이곳에서 살해된 순례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라고 한다.

 

 

 

 

 

        이날의 일기를 보니 이런 말이 씌여있다.

           ........속이 메슥거리는 점심식사,....이후의 일정은 악몽과 같았다.

                  12km가 넘는 산길을 숨가쁘게 올라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 숲,

                       비라도 온다면 정말 큰일 날 길이다. 완전 지쳐갈 무렵.......

 

 

 

 

 

        ▼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산 후안 데 오르데까(San Juan de Ortega)가 보인다.

                이 마을은 12세기부터 17세기를 거치면서 교황과 주교, 왕과 귀족,

                     그리고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까미노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 도시라고 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스페인의 외딴 마을이었던 이곳은

          안전하고 쾌적하며 아름다운 곳으로 변했고, 순례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오래된 삼림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이 마을에는 로마네스크와 고딕,

                  바로크 양식 등의 우아한 건물들도 있는데, 

              현재 이곳은 인구가 29명 정도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 되었고

            알베르게 하나와 레스또랑이 하나밖에 없었다.

                

 

 

 

         ▼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수도원(Monasterio de San Juan de Ortega)

         성당처럼 보이는데....수도원이란다. 12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수도원.

       건물 내부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조각된 산 후안 데 오르떼가 성인의 석관이 있다고 한다.

 

 

 

       ▼ 산 니콜라스 소성당(Capilla de San Nicolas)

         신앙심이 깊었던 이사벨 여왕이 1477년 수도원을 순례하고 감명을 받아 건축된 성당이라 한다.

                  고딕양식의 아름다운 둥근 지붕을 가진 성당이라는데....

                        들어가질 못했다!

 

 

 

        ▼ 오늘의 알베르게. 오른쪽 작은 문이 알베르게의 문이다.

            교구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오래된 돌집이 음산하고 추웠다.

         이층으로 올라가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순례자 몇 명이 벌써 도착해

             침대에 누워있는데, 순간 떠오르는 장면 하나...

                남프랑스를 여행할 때 화가 고흐가 사랑한 마을 아를의 정신병원.... 

            말년의 고흐는 스스로 그 병원을 찾아가 입원했었고, 병원 풍경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갑자기 왜 아를의 정신병원이 떠올랐는지!

       사실 너무 춥고 떨려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 산중에서 난방도 안해주고 있었으니....

              낡고 무거운 문은 열고 닫기에도 힘들었고 소리조차 삐걱대며 나는통에

           그날 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찬바람 부는 회랑으로 나가 손전등 비추어가며 

         반대편 끝에 있던 화장실로 회랑을 돌아가면서 귀곡산장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 아래 문 옆에서 순례자 한 명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네..., 초겨울처럼 바람불고 추운데....^^

 

 

         부엌도 없는 알베르게였지만 이 마을에는 수퍼마켙도 없고,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어야하는데 예약이 필수다.

         식당 예약할겸 알베르게 문에서 심난하게 춥고 바람부는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까

         카나다 학생 요셉이 며칠 전부터 걷는 속도가 같아서 함께 걷고있는 스페인 친구와 지나가며

         우리를 보더니 발길을 돌려 알베르게 문으로 들어온다.

         자기들은 5km 더 가야하는 다음 마을로 가려는 중이라고....

         이유인즉, 이 알베르게에 쥐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란다ㅎㅎㅎ.

         쥐가 있고도 남을만한 인상의 알베르게였으니......그러나 어쩌냐, 이 마을엔 숙소가 여기밖에 없고

         다음 마을은 5km나 더 걸어야하니, 가다가 주저앉느니 여기서 그냥 쥐랑 같이 자야지.

         요셉도 더 가기를 포기하고 부상자 스페인 친구와 같이 이 알베르게로 들어왔다. 그럴줄 알았어^^.

      

         우리가 초대해서 요셉과 셋이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스페인 친구는 장 봐놓은 음식이 많아서

         그걸 먹는다고....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 세개던가 네개였던가, 아무튼 좌석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순례자가 많은

         성수기엔 정말 밥먹는 일도 큰 일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