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2 / 황량한 벌판에서 비를 만나고, 바람에 시달린 하루..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8. 20:10

 

  2012년 10월 16일 / 12 일째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 → 벨로라도(Belorado)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그라뇽→레데시아 델 까미노→까스띨델가도→빌로리아 데 리오하

         비야마요르 델 리오→벨로라도)

 

 

 

      시설이 잘 가추어진 크고 넓은 알베르게에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이른 새벽부터 이방 저방에서 순례자들이 조용조용하게 움직이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층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준비해 놓은 삶은 달걀과 과일로 아침식사를 하고....

       현관 벽에 붙어 있는 기부함에 기부금 넣는 것을 잊지않고...^^,  7시 30분 쯤 출발했다.

       캄캄한 새벽길, 점점 더 동이 트는 시간이 늦어져서 아침 길에 손 전등의 도움없이는

       동서남북 분간을 할 수 없는 암흑세계... 까미노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 시간 쯤이면 어슴프레한

       여명으로 그나마 길을 찾아 걸을 수 있었건만.... 완전 깜깜하다.

 

 

     동쪽 하늘이 신비스럽게 아름답다. 아직 해는 얼굴을 내밀지 않았는데

         산 너머에서 올라오는 태양의 기운이 구름의 빛갈을 저리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그 하늘에 매료되어 여러 컷의 사진을 남겼다.

 

 

 

       ▼ 오르막 길을 오르다보니 캄캄한 길 옆에 단순해보이는 십자가의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밝은 낮에 보았더라면 무슨 영문인지 알 수도 있었을텐데....

           아름다운 동쪽 하늘을 배경으로 한 컷..

 

 

 

         ▼ 저 아래 오른 쪽으로 좀 전에 떠나온 산토 도밍고 성당 첨탑이 보인다.

             자전거 순례자도 올라오느라 힘든 모양...

 

 

 

 

 

            ▼ 해가 얼굴을 보이자 신비스런 무지개가 떴다.

                아름다운 이 무지개가 고생길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그 때는 몰랐었지...

 

 

 

 

 

           ▼ 평화롭고 신비한 아침 풍경..

         그러나 한참 후, 하늘의 저 아름다운 구름들이 먹구름으로 변하면서 비가 오기 시작할 줄이야!

           

  

 

 

         ▼ 첫 번째 마을 그라뇽(Granon)에 도착.

            그라뇽은 라 리오하 주 조용하고 오래된 마을로,

            라 리오하 주에서 까미노 데 산띠아고가 지나는 마지막 마을이다.

 

 

 

         ▼ 그라뇽의 산 후안 바우띠스따 성당.

         이 마을에서는 8월의 마지막 주에 '감사의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에 성당에서는

         빛과 소리의 축제가 열리며, 그 내용은 그라뇽 역사의 주요 에피소드를 연극으로 보여주고,

         까미노 데 산띠아고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오며 마지막으로 빛과 소리가 어우러져

         주제단화를 비추면서 마무리가 된다고 한다.

 

 

 

 

 

 

 

       ▼ 그라뇽을 지나 벌판길로 나오자 하늘은 먹구름이 덮이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ㅠ

           황량한 벌판 한 가운데서 우의를 꺼내 입고 걷는 기분은 그저 막막하고 처량하다는....!

 

 

 

    ▼ 두 번째 마을 레데시아 델 까미노부르고스 지방으로 들어와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마을이다.

           까미노 데 산띠아고 때문에 발달한 전형적인 마을이라고 한다.

             이 지방에 들어오니 친절하게 마을마다, 그 마을을 소개하는 간판이 서 있었다.

                간판 아래 얌전한 고양이가 포즈를 취하며 맞아주네....^^

 

 

 

 

        ▼ 이 마을도 역시 낡은 집들이 지난 세월을 대변하고 있어 

                켜켜이 쌓인 험난한 역사가, 켜켜이 가슴 저리게 다가왔다. 

 

 

 

 

            ▼ 마을 성당의 뒷 모습

 

 

 

        ▼ 까미노의 성모 성당(Iglesia de Nuestra Senora del Camino)

          11세기에 만들어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으로 17~18세기에 재건축되었다고 한다.

 

 

 

 

        ▼ 비 맞으며 걸어온 아침 길이 춥고 떨리고 초라하다.

   이 마을에서 bar를 만나 '살았다!'는 심정으로 들어가서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몸과 마음을 녹였다.

       화장실도 이용하고, 느긋하게 앉아서 쉬는 동안 비는 그치고....

          비가 그치니 마음도 홀가분해져서 방명록에 글까지 몇 줄 남기고 떠났다.

               우리가 비 맞고 초라한 모습으로 들어갔을 때 친절하게 맞아준 bar의 주인 아저씨...

 

 

 

 

          ▼ 커피를 마신 bar인데, 벽에 마을의 문장이 장식되어 있는 전형적인 시골 집의 모습이다.

 

 

 

         ▼ 세 번째 마을 까스띨델가도(Castildelgado)

 

 

 

 

   ▼ 까스띨 델 가도 산따 마리아 라 레알 델 깜뽀 소성당(Ermita Santa Maria la Real del Campo)

        와아~ 성당 이름 길기도 길다~ 이런 이름을 어떻게 외울가...?

            어쨋거나, 중세에 순례자를 위한 병원이 딸려있던 부속 성당이라고 한다.

 

 

 

 

 

 

 

 

 

          ▼ 빌로리아 데 리오하(Viloria de Rioja) 마을.

      이 마을은 산띠아고 길을 사랑하는 순례자라면 꼭 들려야 하는 마을이라고 알려졌는데 그 이유인즉,

         스페인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태어난 곳이라는데

           성인은 1019년 이 마을에서 태어나 1109년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에서 90세에 사망했다고.

         그는 순례길에 다리를 축조하고 길을 닦고, 병원을 설립하는 등 산띠아고로 가는 순례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분이라고하니 순례자라면 그분께 감사드리는게 마땅하다.

          5월 12일 마을에서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 성모 승천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a Asuncion de Nuestra Senora),

        고딕 양식의 이 성당에는 까미노의 성인인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세례를 받았던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례반이 있다고 한다.

 

 

 

 

        ▼ 비야마요르 델 리오(Villamayor del Rio)

          오늘의 다섯 번째 마을이다. 예전에는 오늘의 목적지인 벨로라도에 속해 있었으나

            18세기에 새로운 마을로 분리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커피와 카스테라로 점심을 대신하고....                    

 

 

 

 

         ▼ 졸졸 흘러나오는 샘물도 있고... 순례자들이 쉬어가기 좋은 마을이었다.

 

 

 

 

       ▼ 오늘의 목적지 벨로라도(Belorado)에 도착.

          벨로라도는 띠론 강변에 위치한 도시로 벨로라도라는 이름의 어원은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상업이 발달했던 이 도시는 중세의 그리스도교 왕국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이 치열했던 풍요로운 도시였다.

              1000년 경에 하늘에서 비처럼 불이 쏟아져 온 도시를 휩쓸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그 후 이 도시는 불사조처럼 살아나 활력으로 가득한 곳이 되었다고 한다. 

           

 

            오후엔 하늘은 개였으나 바람이 심하게 불어 앞을 보며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바람과 싸우며 걷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한다.

                  땅을 보며 꾸벅꾸벅 걷다가 갑자기 벨로라도 간판을 만나게 되었고

           무조건 마을 입구에 있던 알베르게로 들어갔는데(5유로),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마을 안쪽에는

           성당에 붙어있는 알베르게도 있고 그외의 사설 알베르게도 있었다던데....

           다음 날 새벽에 마을을 빠져나가며 보니, 성당 옆에 있는 알베르게에 불이 켜져있는게 보여서

             '여기서 잘걸...' 했었다^^

            

             오늘 길이 힘들고 지쳤던 사람들은 무조건 이 첫 번째 알베르게로 들어온 모양이다.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누운 할아버지를 보고 많이 아픈가해서 놀랐는데,

             다행히 딸과 함께 걷는 중이어서 딸이 아버지를 들여다보며 시중을 들어드리는걸 보고야

             안심이 되었다.

             뒤늦게 카나다 요셉도 들어왔다. 피레네를 넘던 날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겼다는

             스페인 친구와 함께... 요셉은 인대에 이상이 생겨 천천히 걷는 중이었는데, 천천히 걷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이틀 전 부터 함께 걷는 중이다^^.

 

             레스또랑을 겸하고 있는 알베르게여서 예약을 하고,

             7시에 저녁식사, 다음 날 아침식사도 여기서 했다.

             그러나 와이파이가 안되니.... 실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