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4 / 세수도 못한 채, 대도시 부르고스에 들어가다...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13. 13:53

 

    2012년 10월 18일 / 14 일째

 

        산 후안 데 오르떼가(San Juan de Ortega) → 부르고스(Burgos) / 29.5km

         (아헤스→아따뿌에르까→까르데뉴엘라 리오삐꼬→오르바네하 리오삐꼬→부르고스)

 

 

 

        날씨가 추워지면 입으려고 가져온 옷들을 꺼내어,

        겹겹이 껴입고도 옹크리고 자면서 많이 아팠나보다.

        새벽에 모두들 떠날 준비를 하는데 나의 동반자가,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자고 한다.

        음식도 잘 못 먹는데다가 아픈데 쉬지못하고 계속 걷는 것은 무리라고...

        일어나는 순간에는 몸이 너무 떨리기에 오늘 잘 걸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막연하게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막상 버스를 타자는 말을 들으니 벌떡, 용기가 솟아나며

        걸을 수 있으니 염려말라고 큰 소리쳤다.

        그런데 큰 소리에 걸맞을 만큼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다.

        진통제를 먹고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고, 세수하는 것도 포기한 채 길을 나섰다.

        나는 이 길을 걸으며 많이 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세수를 안하고 화장도 안한 채 외출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인데,

        산티아고로 가는 이 길에서 나는 점점 뻔뻔하고 이상해지는지, 날마다 화장도 안한 채 걸어왔고

        이젠 세수까지 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대하고 하루종일 걸을 생각을 하다니....

        점점 폐인이 되어가는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내가 이상하고, 이상하다.  

 

 

      

        ▼ 오늘의 여정은, 산 후안 오르떼가 나서면서 세 가지 루트로 부르고스까지 갈 수 있기에

              순례자는 선택을 해야 한다.

                  한 지점에서 왼 쪽과 오른 쪽 길, 그리고 가운데 길로 갈라진다.

               우리는 중세 때 부터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걸었다는 가운데 길로 들어섰다.

            

         오늘 처음 만난 마을인데, 어제 잤던 곳을 지나쳤다면 이 마을에서 자게 된다.

             더 걸을 여력이 없어 쥐가 나온다는 알베르게에서 그냥 잤지만,

                다행히 쥐는 없었다^^. 요즘은 알베르게들이 대부분 정비가 잘 되어있어서

                   아무리 오래된 건물이라도 그런식으로 놀랄 일은 없었다.

            

           ▼ 아헤스(Ages)

       아헤스는 중세 시대 그리스도교 왕국의 패권을 뒤흔든 중요한 배경이 된다는 오래된 마을이다.

               마을이 전원 속에 있어서 많은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마을로 들어가는 돌담 길이 마음에 들어 여유있게 쉬고 싶기도했던 마을이었는데...

               이 마을 bar에서 커피와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출발.

 

 

 

 

 

        ▼ 아따뿌에르까(Atapuerca)

       아따뿌에르까는 작은 마을이지만 역사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는 곳이라 한다.

           이곳은 유럽에서 제일 오래된 인류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백만년 전의 인류 '호모 안테세소르'의 유적지가 있다고 하는데

             이 유적의 발견은 유사이전 인류의 동굴 생활과 매장관습  등

             고고학적으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아니라,

             인류의 진화이론에 대한 혁명적 토대를 만들어준 곳이라고 한다. 

       '호모 안테세소르' '네안데르탈' 이전의 인류로 유럽의 인류 중 가장 오래된 이들이라고.

 

 

 

          ▼ 산 마르틴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Martin)

               15세기와 16세기의 르네상스와 후기 고딕 양식이 혼합된 성당이다.

             까미노를 걸으며 지나게되는 마을에서 성당들 이름을 일일이 여기에 기록하는 이유는,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몇 백년이 훌쩍 넘는 나이를 먹은 성당이 반드시 있다는게 신기했고

           게다가 성당마다 거창한 이름들을 아직까지도 버젓이 가지고 있다는게 또 신기해서

              그 이름들을 다 한 번씩 불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아따뿌에르까를 지나 이 길을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 숨가쁘게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십자가가 보이는 평평한 땅에 올라서게 된다.

              울퉁불퉁 돌 투성이의 길은 걷기도 힘들었다.

                  길 양 옆으로 나무들도 우거져있는 이상한 분위기.....

 

 

 

        ▼ 카나다 요셉이다. 어제 같이 걸었던 무릅 부상자 스페인 청년은 오늘 왼쪽 길로 갔단다.

              얘도 그동안 발 부상때문에 천천히 걷느라고 항상 우리보다 늦은 시간에

                 알베르게로 들어오곤 했는데 오늘은 우리와 보조를 맞추며 오다보니,

                    이 언덕에 올라와서 하는 말이 '힘들지 않으셨냐고' 묻는다.

                    자기는 너무 힘들어 주저앉을뻔 했단다^^.

                우리가 제일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얘는 우리보다 더 거북이노릇을 했네...!

             그래도 산이 없는 메세타 평원에 들어서면 하루 50km씩 걷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헉!

 

 

 

 

 

 

         ▼ 하하... 정말 정이 가는 사진이다. 마치 아빠와 아들 같네....!

               그동안 띄엄띄엄 들었던 가정사를 종합해 보면,

            요셉이라는 이 청년은 네 살때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엄마와 두 살 아래인 동생과

               세 식구가 살다가 요셉이 열 한살 되던 해에 카나다로 건너갔단다.

           아마도 애들 교육때문에 돈 많이드는 한국보다는 카나다를 택해 엄마가 결단을 내린 모양이었다.

            낯선 나라까지 가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마음이 짠~해지며 애처로웠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아 여기도 왔노라고,..... 

                  나중에 알고보니, 성악을 전공중인 모양 -. 꼭 훌륭하게 성공하기를 빌어주고 싶다.

                     땅에 내려앉은 하늘을 바라보며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뒤에서 보니 너무 멋지고 다정해보여 셧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 이 높은 언덕 위에 누구의 정성으로 이런 까미노 화살표가 만들어졌을까,

               필경 한 사람, 한 사람... 여러 사람들의 정성이 모아진 결과물이겠지....^^

 

 

 

 

 

         ▼ 여기는 마치, '나스까 평원의 기하학적 그림'을 보는 느낌이네...!

 

 

          ▼ 이런 돌 투성이 너덜지대를 자전거로 힘겹게 통과하는 사람도 있었다! ㅎ

           운동 차원으로 올라온 것인지, 아니면 뻬레그리노인지 알 수없어(짐이 가벼운 모양새로 보아...)

               그냥 "올라~!"(안녕하세요!) 라고 소리쳐주었다.

 

 

 

        ▼ 드디어 길고긴 언덕길을 다 내려와서 만난 마을.

 

 

 

         ▼ 까르데뉴엘라 리오삐꼬(Cardenuela Riopico) 라는 세 번째 마을이다.

                22살 청년 요셉...ㅎㅎ 어쩌다 이렇게 찍혔지? 마을 간판을 찍었는데.....^^

 

 

 

 

          ▼ 산따 에우랄리아 데 메리다 성당(Iglesia de Santa Eulalia de Merida)

               마을의 수호 성인인 산따 에우랄리아를 위해 세워진 성당.

 

 

 

 

 

           ▼ 이 벽에 그림이 너무 재미있는데, 한편 안쓰럽기도하고 공감도 되고.....ㅎㅎ

          피골이 상접한 뻬레그리노의 등에 짊어진 짐좀 보라... 자칫 압사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머리 속으론 안락한 소파에서 모든 짐 다 벗어버리고 편안히 앉아 쉬고 싶겠지.....!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라면 누구나 멈추어서서 한참이나 보게 되는 눈물겨운 그림이다.

 

 

 

 

         ▼ 이 마을엔 유난히 허물어져가는 집이 많아서 마음이 쓸쓸했다.

 

 

            ▼ 대문과 담에도 가리비 모양....^^

 

 

           ▼ 산 미얀 수도원장 교구 성당(Iglrsia Parroquial de San Millan Abad)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성당의 내부에는 성 로께의 조각상과 마을을 지나는 순례자들이

                바치는 봉헌물들을 볼 수 있다는데..... 문은 굳게 닫혀있으니...!

 

 

 

 

          ▼ 저 까페에 셋이 들어가서 점심식사를 했다.

                마을에는 새 집들도 많았지만 다 허물어져가는 집들이 많아서,

                   까미노 때문에 다시 일어서고 있는 마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지막 코스는 자동차 길을 걸어야하는 지루하고 괴로운 길의 연속....

        대성당 뒤에 있는 알베르게를 찾아서 성당 첨탑을 바라보며 걷는 길은 더 힘들었다.

        간신히 도착한 알베르게는 외관부터 최신식의 시설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수속을 마치고 침대를 배정받아 들어가자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침낭 속에서 덜덜 떨며 웅쿠리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니 우리 동포!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괞찮으세요? 아프시다면서요~" 라고 한다.

        나는, 좀 누워있으면 괞찮아질거라고...고맙다는 인사를 했는데,

        좀 있다 다시 나타난 그 여인,

        유리컵에 따뜻한 꿀물에 녹차를 타와서 먹으라고 한다. 몸이 좀 풀릴거라며....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언제 봤다고 이런 친절을 베푸냐....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역만리에서 몸 아픈것도 눈물나게 서럽지만, 이런 뜻밖의 친절도 눈물나게 고마웠다.

 

        정말 꿀차 덕분인지 정신차리고 일어나는데, 누군가 "와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 나를 껴안는다.

        보니, 로스아르고스에서 같이 저녁을 먹고 다음 날부터 만나지 못한 여자애다.

        그리고 수비리에서 자던 날 베드버그에 물려, 로그로뇨에 가면 약을 사겠다던 29살 청년이 도착한 것.

        그 청년은 로그로뇨 알베르게에서 짐을 모두 압수 당하듯 비닐 속에 집어넣고 약을 뿌려 24시간

        지난 후에야 주더란다.

        자기네 알베르게에 베드버그가 퍼질가봐 침실로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고 샤워실만 들어가게 하더라고....

        이런 헤프닝 때문에 로그로뇨에서 이틀을 보내고,

        늦어진 일정을 보충하느라고 오늘 40km를 걸었다고 한다.

        세상에 그것도 쓰레빠를 신고....! 발에 물집이 생겨 너무 아파 신발을 신지 못하는 상태였다.

        저런 상태로 어떻게 걸을가 걱정됬었는데,

        나중에 산티아고에서 들은 소식에 의하면 역시 완주를 못했다고 한다.

        여학생 한 명은 발 부상이 심해서 천천히 걷겠다고 뒤처지는 바람에 헤어졌단다. 가엾은.....

        모두들 저녁식사하러 나가고, 나는 도저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혼자 숙소에 남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