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5 / 하루 쉬어 간다고 누가 뭐랄까....

권연자 세실리아 2013. 2. 15. 17:31

 

    2012년 10월 19일 15 일째 / 대도시 부르고스에서 하루 쉬다 

 

 

 

         크고 깨끗한 알베르게... 대도시에 머물고 있음을 새삼 일깨워주는 하루밤을 보냈다.

           새벽의 억눌린 듯한 분주함 속에 깨어나 무의식 상태에서 떠날 준비를 하던 중,

           비가 많이 오고있다는 얘길 들었다. 일순 빗속으로 나설 생각이 스치자, 몸이 먼저

           반응을 하며 떨린다.

           나의 동반자와 젊은 애들이 와서, 오늘 여기서 하루 쉬자고 한다.

           내 의지대로 움직여 주질않던 몸이 O.K 싸인을 보내온다.

           비 맞고 걷는 일은 정말 싫으니까.....!

           그래, 하루 쉬자!!

          

           어쨌거나 일단 8시까지 여기서 나가야 하니까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제의 친절한 '꿀물 아가씨'가 배낭을 메고 찾아와서 지금 떠난다고 인사를 한다.

           오랜 사귐 끝에 이별을 하는 양, 섭섭한 마음이 가득히 밀려온다.

           '꼭 건강하게 완주하라고' 진심으로 말하며 서로 격려를 하고 헤어졌다.

            이 비오는 새벽길을 걸어나가는 그 아가씨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부르고스는 두 번째 방문이다. 이곳이 원래 비가 많은 지방인지, 지난 5월에 왔을 때에도

           지겹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짐을 알베르게의 보관소에 넣어두고(여기는 대도시여서인지 이틀을 같은 곳에 묵을 수 있었다.)

          일단 8시에 밖으로 나가 광장 까페로 가서 커피에 빵 한조각씩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와이파이가 되는 곳이어서(^^) 카톡으로 온 메세지들 답장을 보낼 수 있었다.

 

             

             ▼ 산따 마리아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부르고스 대성당이라고도 부르는 산따 마리아 대성당은 1221년 알폰소 10세와

               마우리시오 주교의 후원으로 짓기 시작한 건축물로 프랑스의 영향을 받은

                  빼어난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세비야, 똘레도 이어서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스페인 고딕 양식 건축물 중 가장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성당이다. 

              아래 사진 대부분은 5월 방문 때 찍은 사진들이다. (성당과 내부 사진들...)

 

 

 

 

 

 

 

 

 

 

 

 

 

 

 

 

           ▼ '산티아고 가는 길' 지도.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프랑스에서 시작하는 '프란세스 길' 지도이다.

             지난 번 왔을 때는 그냥 중요한 지도인 듯 해서 찍어놓은 것인데....ㅎㅎ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정말 맞다^^ 지금 보니 금방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걸...!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을 이 지도를 그때 찍었던 것은

             아마도 오늘을 예감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을거라는 좋은 해석을 붙여본다^^

 

 

 

          ▼ 엘 시드(Solar del Cid)이다.

            우리에게 영화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영웅 엘 시드의 고향이 부르고스라고 한다.

 

 

 

    ▼ 대성당 안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조각들이며 천장의 환상적인 채광창과 스테인드 글라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다가, 문득 낮 미사가 몇 시에 있나 알아보니 11시에도 있다고 한다.

              시계를 보니 11시 미사에 참례할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이기에 밖으로 나가

             미사가 봉헌되는 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미사참례를 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날 까페에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페이스 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여기는 스페인의 북부도시 부르고스입니다.
        어제까지 14일동안 쉬지않고 걸어서, 산티아고 여정의 삼분의 일이라는 지점까지 왔지요.

        그동안 감기로 열흘간 약을복용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진통제까지 먹어가며왔는데,

        오늘새벽엔 너무춥고 비까지 내리니 아무래도 몸을 쉬어주지않으면 않될 것 같아

        여기서 하루 쉬었답니다.
        덕분에 11시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서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미사를 봉헌하며 왜 그리 눈물이나던지요.

        쉴사이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고,.. 눈물의 영성체를 했답니다.

 

        열심히 걷다보면 머리속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되고 몸이 그리 힘들어도
        아무런 느낌도 없어, 바보가 된 것은 아닐가 했었는데....
        사실 어제는 눈 뜨자마자 세수도 안하고 걷기 시작했으니 한국에서의
        '나'라고는 생각할 수도없는... "폐인^^"이 되어가던 중이었지요....
        하루 쉬고나니 제정신이 돌아와 눈물도 나온 것이 아닐까,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오늘, 까탈부리던 몸도 위로해 주었으니 내일부턴 또 열심히 걷겠습니다.
        기도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 미사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오니, 성당을 다 구경하고 나온 애들이 우리가 없어져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점심식사하러 가셨나 했다고 말하다가 빨갛게 부은 내 눈을 보더니 말 끝을 흐린다.

        함께 레스또랑에서 식사를 하고, 알베르게 문 여는 시간까지(2시) 할 일도 없어

           전망대로 가자는 애들과 함께 올라갔다.(아래 사진들은 전망대 올라가며 찍은...)

 

 

 

 

 

 

 

 

 

         ▼ 우리가 묵었던 시립 알베르게(Albergue Municipal de Burgos) (5유로)

           지금까지의 알베르게들은 들어가는 문부터 컴컴하고 오래된 느낌이었으나

           이곳은 너무 산뜻하고 기분좋은 건물이었다.

           시설도 최신식이고 침대옆에 사물함도 있는 최상급의 알베르게였다.

 

            저 파란 비옷을 입은 청년은 발에 물집이 심하게 생겨 아예 신발을 신을 수 없는 상태여서

            두꺼운 양말 신고 쓰레빠를 신고 걷고 있었다. 게다가 베드버그에 물리는 불운까지.....

            왼쪽은 산티아고까지 완주한 여학생, 가운데는 어제까지 거의 우리와 동행이었던

            카나다 요셉이.....

            론세스바예스에서 처음 만나고 수비리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던 애들 중에 다른 애들은

            앞서 간 애들도 있고, 여학생 한 명은 뒤처지고....

            남은 애들이 얘네들이다.

            얘들하고도 이 날이 마지막이었다.

            30일 예정으로 이 길을 걷는 애들이라, 메세타 평원이 시작되는 내일부터는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이아닌 평지니까 하루 50km 정도씩 걸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천천히 걸을 우리와는 여기까지... 

           

            알베르게 문 앞에서 땡~ 하고 2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내가 아프다고, 큰 짐 하나를 택시로 보내고 내 짐을 짝꿍이 지고 왔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각자 자기 짐을 지고 가기로 하고. 그렇게 하는 준비를 해야했다.

           짐을 덜어내는 일....

           무얼 빼야 할지 고심하며 짐을 모두 꺼내놓고 심사(?)를 했다.

           떠날 준비를 할 때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이며 샀던 아까운 것들이지만, 어쩌랴! 성한 몸으로

           목적지까지 완주하자면 짐이 가벼워야 하니까.

           그렇게 빼내어 비닐 주머니에 담아서 들어보니 묵직하게 3km은 족히 되는 무게였다.

           걷다보면 모두 필요한 물건들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

           그렇게 덜어내고 내일부터 각자 지고 갈 짐을 간단하게 챙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