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 가는 길 19 / 친절한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알베르게에서의 하루 밤..

권연자 세실리아 2013. 3. 7. 17:44

 

    2012년 10월 23일 / 19 일째

         

           프로미스따(Fromista →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Carrion de Los Condes) / 19.5km

   (프로미스따→뽀블라시온 데 깜보스→레벵가 데 깜보스→비야르멘떼로 데 깜보스→비얄까사르 데 시르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어제 오후 마지막 구간에서 만난 가을 풍경이 우리나라와 너무 닮아있어서일까,

       지친 육신과 정신이 많은 위로를 받았음이 사실이다.

       아마도 그 강가의 풍경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에너지가 완전 고갈 상태였던 몸이  

       더는 걸을 수 없다고 목적지 이전의 마을에서 알베르게를 찾아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멋진 가을 풍경을 만나 기분 전환이 되는 바람에 목적지까지 잘 걸어왔고,

       다행히 깨끗한 알베르게에서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새벽이 되니 숙소 안은 떠날 준비를 하는 순례자들의 조용한 움직임으로 긴장이 감돈다.

       아침 식사 값을 지불했기에 식당으로 내려가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또 어떤 길이 우리를 맞아줄지......, 기도하며 출발한다.

 

 

       ▼ 해가 뜨기 직전의 동편 하늘은 언제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이 서쪽이기에 늘 뒤돌아서서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느라  자주 멈추는 바람에,

          나의 새벽 길은 항상 더딜 수 밖에 없었다.

          동 편의 아름다운 빛이 서 쪽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를 아름답게 조명하고 있다.

          여기가 Palencia 지방이며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로 가는 길임을 새벽의 여명으로

          비추어주고 있다.

 

 

 

 

       ▼ 오늘은 하루 종일 자동차 전용 도로 옆으로 가는 순례길을 걷는다.

           그간 평화로운 시골 길에 길들여졌던 터라,

           어쩌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이지만 상당한 피로감을 준다.

           까미노 표지석들은 과도한 친절을 베플고 있는 느낌, 

           하나만 있어도 다 알텐데 몇 개씩이나....^^

 

 

 

 

       ▼ 첫 번째 마을로 들어서고 있는데......., 웬 일인지 더 이상 사진이 없다.

           아마도 사진 찍는 일 조차 귀찮을 정도로 많이 피곤했던 듯....

           여기서는 아름다운 가로등이 내 눈길을 사로 잡은 것 같다.

 

 

 

    ▼ 두 번째 마을 레벵가 데 깜뽀스(Revenga de Campos)

       12세기에 만들어진 마을인데,

        '프랑스 길'이라는 거리가 있을 정도로 전형적인 까미노 마을이라 한다.

 

 

 

      ▼ 산 로렌소 교구 성당(Iglesia Parroquial de Lorenzo)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다.

 

 

 

       ▼ 아무 생각없이 걷다보니 비얄까사르 데 시르가(Villalcazar de Sirga)라는 마을에 도착.

           사실은 이 마을에 특별한 성당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었고,

           점심을 이곳에서 먹을 예정이었기에 기대감이 있었을텐데... 어쩌다보니 도착해 있었다.

           현재 인구가 250여 명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중세에는 템플 기사단의 본거지로서

           순례자들이 끊임없이 방문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블랑까 성모 성당(Iglesia de la Virgen Blanca)

           13세기에 템플 기사단에 의해 만들어져 블랑까 성모에게 봉헌된 성당으로

           산따 마리아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이 성당은 빨렌시아의 고딕 양식 보물이라는데, 14세기에 산띠아고 소성당이 추가되었고

           성당 안에는 거대한 석조 블랑까 성모상과 섬세한 고딕 양식의 십자가의 길 조각이 있다고 한다.

           그밖에 고딕 양식의 무덤이 세 개 있는데, 템플 기사단 기사의 무덤과

           알폰소 10세의 동생 펠리페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의 무덤이 시선을 끌고 있다고 한다.

           

            성당에서 세요를 받고 싶었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고 실망...!

            까미노를 걸으며 수 많은 성당들을 만나는데, 여름철 성수기에는 대개 문을 열어놓아

            순례자들에게 개방이 되는 듯 한데 비수기를 택해 걷고 있는 현재는 거의 문이 잠겨 있었다.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신 성당 주변을 돌며 이렇게 저렇게 사진만 찍고.....           

 

 

 

       ▼ 성당 아래에 있는 bar에서 뜻밖에, 나헤라를 떠나던 새벽길에 우리를 부르던

          뉴욕에서 오신 교포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직장에 휴직계를 내고 왔다는

          자매도 만나 오랫만에 느긋하게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 bar에서 점심을 먹고.......

          

 

 

 

 

 

 

 

 

 

          ▼ 성당 밑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성당을 바라보는 순례자 동상.

 

 

 

 

 

 

 

 

      ▼ 오늘의 목적지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도착.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왼 편으로 '산타 클라라'... 뭐라고 하는 다른 알베르게로 들어가는

          골목이 있었지만, 우리는 친절한 수녀님들이 운영한다는 알베르게로 가기로 했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까미노 프란세스 중간 지점에 있어서  빨렌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로 꼽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라 한다.

          중세에 이미 12개의 크고 작은 성당과 병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였다고 하며,

          도시에는 16세기에서 19세기에 만들어진 귀족들의 집과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볼거리가 많은 도시라고 하는데.....

          순례길을 충실히 걷자는데에 이번 순례의 목적이 있었던 나로서는

          그 많은 볼거리들을 찾아나서지는 않았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며 보여지는 것들만 보았고

          그 길의 표정들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했을 뿐이다.

          언젠가 다시 찾을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관광도 해볼가 한다^^.         

                   

 

 

     ▼ 산타 마리아 델 까미노 성당(Iglesia de Santa Maria del Camimo)

        12세기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 산타 마리아 광장.

           이 광장 옆 골목에 '산타 마리아....알베르게'가 있다.

           알베르게로 들어서자 수녀님 한 분이 현관에 앉아 접수를 받고 있었다.

           수녀님을 보는 순간 고달팠던 그간의 여정이 모두 위로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기서 수녀님들의 친절한 보살핌이라도 받을 수 있을거라는 어린아이같은 믿음이 생겨서일까....

 

 

 

       ▼ 수속을 하는데 수녀님이 공지사항을 열심히 알려 주신다.

           오후 6시에 순례자들의 모임이 있고.....응?

           (ㅎㅎ 이 길을 걸으며 순례자들 모임은 처음이다. 역시 수녀님들 답게 피로한 순례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줄 멋진 프로그램을 짜놓으셨나? 궁금하면서 꼭 참석해야지 맘 먹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산타 마리아 성당에서 7시에 미사가 있다고... 

 

 

 

        ▼ 세탁기(건조기 겸용)가 있어서 빨래감을 넣어놓고,

            마켙에서 쌀도 사고 이것저것 장을 봐다가 저녁을 해 먹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늘 점심에 처음 만나서 얘기를 나눈 자매가 밥을 많이 했으니 함께 먹자고 초청을 한다.

            우리 외에도 한국 젊은이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어디서 만났지?

            밥은 많이 있기에 우리가 사온 채소를 씻어서 쌈을 싸먹도록 하고 와인도 돌렸다.

            외국인들은 대개 저녁을 우리보다 늦게 먹는 편이어서,

            우리는 항상 제일 먼저 식사를 했다.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수녀님이 들어와서 둘러 보고 나간다.

            깜빡 생각이 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6시.... 아하! 순례자들 모임때문에 상황을 보고 나가셨구나...

            그러나 먹다말고 나갈 수도 없는 일...

            수녀님~! 우린 배가 고팠다구요! 

 

 

 

       ▼ 재빨리 남은 밥을 마저 먹고 홀로 나가니

          모두 둥그렇게 앉아 종이 한 장씩 들고 보면서 무슨 노래인가를 부르고 있었다.

          앞의 순서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구석에서 사람들의 면면을 쭈욱 살펴보니 순례자만 있는 것은 아니고 더러는 이곳에 사는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어떻게 아냐구요?

          행색을 보면 알 수 있다구요. 옷차림이나 얼굴 모습 등이 너무 멀쩡하면 이 동네 사는 신자겠지요.

          

           그런데 노래도 끝났고...

           갑자기 원장 수녀님인 듯한 분이 나를 향해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 수녀님이 스페인어로 말하면 옆에 앉은 수녀님이 영어로 통역을 한다 ㅎㅎ..

           그게 그거지만 알아들을만큼만 알아들으면 되는 것이겠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노래를 하나 불러달라고....

           웬 날벼락인가 싶어 손사래를 치며 준비하지 못했다고하니

           '아리랑'을 부르라고 한다, 어디서 '아리랑'은 알아가지고...^^

           아마도 전에 거쳐 간 한국 사람들이 아리랑을 많이 불렀던게지.

           전혀 마음의 준비가 없었고 예측조차 못한 일이었기에 약간 당황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모두 외국인들만 있었으니 마냥 못난 모습을 보일 순 없어서...

           아리랑을 불렀다. 부르라면 누가 못부를 줄 알고?

           노래를 끝내자 많은 박수를 받았고, 수녀님 한 분이 나를 보며 손짓을 하더니

           리코더로 무슨 곡인가를 연주해 주신다. 답례인 모양...

          

           모임이 끝나자 사람들이 내 앞으로 와서 악수를 청하며 제 각각 뭐라고들 하는데...

           그중에 어떤 여자의 고맙다는 인사와 'beautiful voice' 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온다^^.

           그 순간, 낭패감이 들었다.

           아~아, 더 잘 부를 수도 있었는데... ㅋ.. 너무 정신없이 불렀던 그 순간이 아쉬워진다.

           도대체 우리나라 젊은애들은 아직도 밥만 먹고 있는거야? 왜 나만 이런....!

           어쨋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해프닝처럼 벌어지고 모임은 끝났다~.

 

           그리고 옆에 있는 성당으로 미사를 봉헌하러 갔다.           

 

 

 

         ▼ 순례자들을 위한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께서 뻬레그리노들은 모두 나오라고 하신다.

             그리고는 한 사람 한 사람 축복의 안수를 해 주시고....

             수녀님은 종이로 만든 별을 접시에 담아 축복 받은 순례자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스페인어를 영어로 통역해주신 수녀님...  

              

 

 

 

        ▼ 왼 쪽 분이 원장 수녀님이다.

            순례자들이 축복의 안수를 받는 동안 연주를 해주시는 또 한 분의 수녀님....

            이 세 분이 알베르게를 관리하고 계시는 듯 했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성당 문 앞에서 잠 자리를 펴놓고 앉아있는 순례자를 보았다.

         세상에.... 이렇게나 추운데 여기서 잘 생각을 하다니... 정말 놀라웠다.

         옛날 순례자들처럼 고생하며 순례를 하려는 목적때문일까, 아니면 돈이 없어서?

         걱정도 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냥 어리둥절 할 뿐이다. 분명 걸인이 아니고 순례자였으니까....